나랑 너무 비슷한 사람

by 강아

수많은 모임을 나갔었지만 그중 연결된다고 느낀 사람은 없었다. 대갠 그의 직업이 좋았거나 외모 등 내가 갖고 싶은 걸 가진 사람을 보면 느끼는 욕망이었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그런 건 가짜라는 걸 배운 게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그를 처음 봤을 땐 본인의 실패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놀랐다.

-사업했다가 망했거든요. 필요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요가 크지 않았어요


라고 타인에게 흠이 될 만한 자신의 결점을 내보이는 사람은 너무 나 같았다.

나는 타인을 너무 쉽게 믿었었고, 내 단점을 오픈하면 그 사람이 그것에 감응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는 그들이 그걸 약점삼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가십으로 퍼뜨리면서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은 배신을 덜 당한 건가, 처음 만난 사람한테 이런 걸 말해도 될 만큼 강한 사람인 건가

헷갈렸다.




너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나니, 그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다음에 만나서 그랑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음 모임에 나갔을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단 욕망에서 했던 어쩌면 지은 죄를 씻으려고 했던 봉사를 그 사람은 너무 진심으로 들어주었다.


-무료할 때 봉사를 하신다고요? 해외여행 이야기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타인이 하는 진심은 전해져 온다. 그는 맑게 비치는 우물 속의 돌 같았다. 너무 가면을 쓰고 사람들 사이에 쌓여 그렇게 하는 게 으레 맞는 것이거니 지내오던 내게,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한 기시감은 너무 희귀하게까지 느껴졌다. 누군가를 만나서 시간 때우기였다고 생각되는 만남이 있는 반면, 그를 만났을 때는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여서 감동을 받았다.


언젠가부터 타인이 하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거짓말을 하고 누군가는 그런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타인이 하는 말은 거르게 됐다. 우연처럼 '어릴 때 읽었을 때와 성인이 되어 읽었을 때 현저하게 감상이 달랐던 책'을 말하는데 동일하게 어린왕자였을때도, 화가 났을 때 취하는 태도를 말할 때도 그 방법이 운동이며 집에 돌아와서도 그의 답변만 뇌리 속에 깊이 박혔을 때도 그 감정을 회피하고 싶었다.




그의 취약성이 내 취약성을 돌아보게 했다. 세 번째 만났을 땐 죽음에 대해 말하는데 어린아이에게 누군가는 '육신이 썩어서 땅에 묻히는 거야'라고 말하는데, 그는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가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나와 너무 다른 사고방식이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그런 건 메마른 내 삶에 작은 웃음을 주었다. 그가 신나서 말하는 걸 듣고 있는데, 내가 말하는 것보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재미있다고 느낀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 자리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그가 그중에서도 돋보인 건 그가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모임 때 지나가듯 말한 내 글을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 글은 내가 잊지 못한 다른 사람에 대해 쓴 글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를 다 잊었다고 말은 하진 못 한다. 잊었다고 하지만 거리를 지나치다 만나면 돌처럼 굳어버릴 나였다. 그에게 글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던 건 그가 내 마음 한 구석을 들여다보고 잊지 못한 상대가 있으면 아플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에게 한발 다가가면 그 또한 다가올 걸 분명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걸 막고 있다. 그러면서 그에게 할 수 있는 연락을 미련하게 참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 만나고 싶단 생각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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