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우직함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의상제작 학원에서 만난 그녀는 그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노골적인 외모로 인한 차별에도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이미 그런 일은 다분히 겪은 듯했다. 그 무응대가 단단함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녀가 좋아졌다. 처음엔 지레 겁먹고 점심도 따로 먹었지만 그녀가 내게 어떤 이득을 위해 다가오지 않음으로써 그녀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삼십 대의 중반을 지나며 더 이상 급하게 사람을 사귀지 않았다. 오히려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시간을 두면 그 사람이 보였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강사가 동갑이라고 말해줘서 편하게 다가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빠른 이고 그녀는 그게 아니라는 게 말을 놓는 걸 주저하게 했다. 그녀의 어떤 말을 해도 방어적으로 나오는 태도는 어쩌면 나와 같았다. 사회적인 대화만 하는 사람, 이 그녀였다. 그녀는 성실해서 선생이 알려주는 걸 곧잘 따라 했는데, 배우는데 좀 시간이 걸리는 나와는 달라서 그것도 좋았다. 그녀는 어떤 일을 배울 때 진중함이 곧잘 보였다. 주위의 사물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이브하게 접근하는 나와는 달라서 그게 좋았다. 난 여기도 발을 걸치고 저기도 걸치다가 어느 것에 꽂히면 그제야 돌진하지만, 그녀는 주어진 어떤 일에도 본분을 다하는 게 멋져 보였다.
그녀가 일본어가 좋아 도중에 전과해서 석사까지 했다는 말을 했을 땐 더 멋있었다. 모든 걸 돈으로 생각한 나는 대학의 전공도 돈이 되는 것이어야 했고 문과 중에서는 취업이 제일 잘된다는 경영학과를 갔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게 생겨 석사까지 밀고 나갈 만큼 심지가 굳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 일본어를 알려달란 핑계로 주말에 약속을 잡았다. 예쁜 옷을 입고 나와 그녀는 로션을 선물해 주었다. 그냥 그녀에겐 뭐든 주고 싶어 하나씩 주곤 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홍차를 좋아한다 그래서 선물했고 여행 다녀와서 엽서를 선물했더니 빚지는 게 싫은지 그때바다 답례로 그런 걸 내게 준 것이다. 그런 걸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보통의 관계라면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를 생각했을 테지만 걔한텐 잘해주고 싶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처음에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고 날 칭찬하거나 하는 건 생각과 달랐다. 전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은 그녀가 날 인정하는 말을 하거나, 자기 친구들한텐 집을 샀다는 걸 친구가 느낄 기분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배려가 그저 좋았다. 내가 말해서 그녀도 말하는 거라며 수줍게 말하는 그녀가, 너에게는 자꾸 이런 걸 말하게 된다는 그녀가 좋다. 그녀에게 내밀한 걸 말한 이유는 나도 그녀랑 친해지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