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회사 안 가면 얼마나 좋을까

by 강아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안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매일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일어나서 커피 한잔하고 매식하러 나갔다. 좋아하는 초밥집은 벌써 열 번은 넘게 갔을 텐데 갈 때마다 아는 척해주지 않아서 좋다. 아는 맛이라서 더욱 맛있는 초밥을 먹고 충동적으로 탄산온천에 가기로 했다. 수족냉증인 발은 이미 땡땡 얼어있었고 그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충주에 도착했다. 가면서는 그냥 음악 들으며 무념무상으로 운전했다. 160을 밟으니까 좀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도착한 온천은 그냥 목욕탕이었지만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니 한순간에 혈액이 도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탄산수는 탁한 색이었지만 철이 들어 그렇다고 했다. 적외선방에는 너무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누가 주의를 주자 그녀는 나가버렸다.


온천을 하고 나오니 주변이 명확하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평일 낮을 회사에 있지 않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쓴다는 자유로움에서 기인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운전을 하며 회사에 얽매여있지 않는 나에 대한 만족감을 느꼈고 이제는 정말 실현해야 할 날이 온 것 같다. 회사 사람들 퇴사하면 보지도 않는데 그들이 내 커리어에 도움을 줄 것도 아니고 고만고만한 사람들 사이에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한 불만도 이미 곪아있다.


예전엔 그래도 다녀야지 하던 어머니도 내가 병에 걸리고 직장 내 갑질로 기사난 걸 보여주니 나를 이런 상황에 둔 게 미안하다고 느끼는지 안쓰럽다고 한다. 나는 그제야 이해받는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모두 안정적인 직장인데 얼마나 좋냐고 하지만 그 안에서의 정치와, 누군가는 눌려지고야 마는 것을 기어이 보여주었을 때 그들은 애써 보고자 하지 않았던걸 직면하고 결국 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청년들이 캥거루족으로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 부모들도 자식들이 그런 부조리 속에서 다녀야 한다는 걸 알면 본인들이 고생을 해서라도 자식은 그런 상황에 안 보내고 싶어 하는 게 부모 마음인걸 안다. 자식은 자신을 갈려가며 일하고 싶지 않은 거고 그게 너무나 이해가 간다.


돌아오는 길엔 인문서적카페를 갔는데 필립로스를 읽다가 그를 옭아맨 여자 이야기를 길게 듣다가 돌아오고야 말았다. 만두를 입에 넣고서야 허기가 가시는 걸 느끼면서 밥 주라고 경고하는 차에게 밥을 주니 하루가 끝나있었다. 누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날이었지만 대화가 없어도 충만함을 알고 있었고 이런 내게도 어머니가 항상 지켜주고 있단 걸 아니까 이제는 외롭거나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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