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안 갔다. 밥은 토스트를 먹고 카페를 갔는데 세상에 2곡을 무한반복하는 것이었다.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아서 다시 집으로 왔다. 왠지 자꾸만 잠이 왔고 일어나니 5시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시간은 쉽게 흘렀다. 고기를 먹고 빌려온 책을 읽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었고, 그 작가의 글을 내준 출판사가 있었고, 그래서 해당 출판사의 모든 책을 빌려온 터였다. 책을 내는 건 돈이 되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출판사는 생성되고 있다. 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졌고 결국 에브리띵에브리웨어올앳원스를 봤지만 환상영화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역시나 실감했다. 누군가가 좋다고 한건 내게 좋은 것이 아니다.
자꾸만 회사를 퇴사하고 제주도에 가서 단순노동하는 삶을 꿈꾼다. 삶이란 의식주만 해결되면 되는 일인데 나는 왜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을 꾸역꾸역 하며 회사에 남아있는 거지? 그러면서 저번 독서모임에서는 '일 자체는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라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제삼자가 오는 바람에 이야기를 못했다.
집을 제때 팔았다면 추가로 생겼을 3천만 원, 이건 내가 1년을 일하지 않아도 되었던 금액, 그동안 해왔던 투자는 그냥 남들에게 말하긴 좋은 거지만 그렇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도 아니다. 사실 주거환경이란 것도 정말 열악한 상황에서도 살아봤기 때문에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는 게 두려운 것도 아니다. 단지 내일 출근해서 또 되지도 않는 평가를 하고 그에 따른 면담을 해야 하는 게 다 쇼처럼 느껴질 뿐이다. 인생을 쇼처럼 살기 싫다. 그렇다고 오늘처럼 어떤 이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섬처럼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이럴 때면 내게 헌신적이었던 그가 떠오르지만 그와 깊은 사이가 되었다 한들 나는 또 지루함을 느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