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가정과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가 필요한 게 아닌
상위가 법개정하는 게 있어서 업체랑 회의했다. 말할 내용은 정해져 있는데 상사는 굳이 페이퍼자료를 만들면서 나보고 보충하라고 했다. 자료를 보충했고 회의를 하는데 '내가 좀 더 보강하라고 했잖아'라고 업체가 있는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었다. 분명 어제 내가 추가한 내용을 보여주면서 '용역사랑 이야기하면서 구체화하겠다'라고 말했는데 그러는 것이다.
상위에 복종하며 무조건적인 충직한 개 같은 태도는 회사에 입사하고나서부터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철저한 갑을관계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 많았고, 대놓고 하대하거나 빈정거리는 태도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과업을 시킬 때는 상위가 정중히 부탁했고 상사는 그로부터 큰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담배 좀 피고 올게' 상사가 말해서 업체와 미리 회의하고 있었다. '개정건이 있어서 데이터를 사례에 따라 정리해 주시면 돼요'라고 해서 서로가 이해했으나, 상사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자 이야기는 또다시 반복되었다. 그의 쩐내가 말을 할 때마다 풍겨 나올 때 나는 숨을 참았다.
그는 정말이지 본인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았다. 큰 카테고리가 있고 세부항목에서 빼야 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그걸 확인하기 위해 다시 상위에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상위는 회의 중이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더니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는데 솔직히 이럴 때면 '상위가 업체 불러서 이야기하지 우리는 전달하는 입장밖에 되지 않는데'이런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추출해야 하는 항목 중 매출액도 있었는데, 통계는 가중치를 구해 한 업체의 각각의 포션에 따라 곱해서 수치를 산정한다. 몇 번을 이야기했건만 상사는 어떻게 되는 건지 내게 물었다. 설명하자 또 굳이 상위한테 전화해서 매출액을 2가지 형태로 만들어오라고 한다. 이해되지 않았지만 '예'라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에너지를 굳이 소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회사는 돈만 버는 곳이야 라고 몇 번을 되뇌어도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것 같은데'라는 희망을 버리기는 어렵다. 곧 있을 승진인사, 당연히 없을 내 이름을 시뮬레이션 돌려보며 '퇴사하겠다'라고 상사의 면전에 사직서를 날려버리는 상상을 하며 그가 '왜'라고 물었을 때 '승진이 안 돼서요'라고 말하고 회사를 빠져나오는 상상을 한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고 자리보전하기엔 제일인 직장이지만, 하루하루 고여서 이제 썩어 들어가고 있는 걸 느낀다. 그래도 예전엔 이것이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졌는데 이젠 회사와 분리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orchid thief 때문이었을까. 그냥 어딘가에 미쳐서 그것만을 위해 사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안정적인 가정과 토끼 같은 아이들이 필요한 게 아닌데 이런 생각만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