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바뀌지 않던 그는 날 사랑한 게 아니었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by 강아

핀란드인은 무뚝뚝한 테 따뜻한 거 같다. 아키 영화를 봤는데 그들은 모두 외롭다. 안사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라디오에서는 온통 전쟁 이야기고 안 사는 슈퍼에서 일하다 관리자의 눈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훔치다 걸리고 그만둔다.


외로운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그는 거친 작업현장에서 일하고 술담배로 절여져 있다. 그가 동료와 이야기하는 것은 냉소와 비꼼으로 점철돼 있다. 그러다 간 펍에서 안사를 만나고 막상 그날에는 말을 섞지 못하다 다른 날에 길에서 만나 카페에 가고 영화를 본다.


안 사는 그에게 연락처를 건네주는데, 연락처를 유실한다. 남자는 하염없이 영화관을 가보지만, 그가 떠난 뒤에 남는 것은 담배꽁초 무더기다. 그녀 또한 그를 그리워하다 그걸 보고 남자가 기다렸음을 알고 그들은 영화관 앞에서 재회한다.


그녀가 그를 초대했을 때, 그걸 위해 여자는 접시와 포크와 식재료를 사고 남자는 꽃을 산다. 그들이 입은 노란색셔츠와 빨간색 옷이 그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의 색과 다르게 쨍하고 밝아서 그들의 설렘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핀란드인 답게 아버지와 동생이 술 때문에 죽었다고 술을 마시는 그를 비난하지만 남자는 잔소리꾼이 싫다며 떠나버린다.


그는 다니던 직장에서도 술 때문에 잘리고, 결국 술을 끊게 된다. 그녀는 강아지를 키우게 되고 그가 전화를 했을 때 키우던 강아지한테 '네가 받아'라고 한다. 북유럽사람은 차갑게 말하지만 그 속에 유머를 담는다. 하지만 그가 전화를 하고 마땅한 옷마저 없어 옆집사람한테 재킷을 빌려서 가는데 기차에 치어 혼수상태가 된다.


그녀는 그를 찾아와 말을 건다. 그에게 축구를 말해주고, 끝말잇기를 하는 과정을 지나 깨어났다는 전화를 받는다. 옷이 없던 그에게 간호사는 또 쿨하게 전남편이 입던 옷이라며 그에게 주고, 그와 그녀는 재회한다.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을 만나는 현실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반복되는 이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게 되는 결합은 내게도 그런 사람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보여줬다. 결국 사랑은 결코 변할 것 같지 않던 그 사람의 습관마저 바꾸게 만드는 걸 보니 결코 변하지 않던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씁쓸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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