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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그늘하에 편하게 살지, 혼자 개박살 나며 살지

by 강아

암모나이트를 봤다. 주인공은 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이다. 상여자인 그녀에게 머치슨이 찾아와서 유물발굴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는 일정이 있어 떠나면서 와이프인 샬럿을 맡기고 간다. 처음엔 서로 이상하다고 여기다가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건 각각 잠자리에서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걸로, 병간호를 하는 걸로, 나아가 주인공의 화석발굴에도 도움을 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의사의 초대로 음악회에 갔다가 주인공은 샬럿이 다른 여성과 이야기하는 것에 질투를 느낀다. 돌아와서는 둘은 연인사이가 되고 수영은 절대 싫다던 샬럿이 바다에 들어가는 걸로 극대화된다. 주인공이 샬럿의 도움으로 발견한 작품을 팔 때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주인공은 팩트만 말하는- 구분 지어 말하자면 남성형 대화를 하고 있고 샬럿은 이유를 충분히 덧붙여 여성화된 언어를 쓴다. 그래서 결국 물건을 팔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영원할 수 없고 결국 샬럿은 런던으로 돌아간다. 주인공의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샬럿의 초대로 런던을 가게 된 주인공은 샬럿이 깜짝쇼로 준비한 그녀를 위한 방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인공은 독립적인 여성이라 온실 속 화초처럼 여기에서 연구만 하고 있을 순 없다고 말한다. 여성이 처한 딜레마- 본인이 일을 할 것인가 남편의 그늘 아래 호화로운 생활을 할 것인가- 가 보였다.


어떤 영화를 보아도 나와 대비해서 보게 되어, 아이도 없이 일만 하고 살아가는 주인공에 이입이 되었다. 안정적인 기반에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형태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지난 경험으로 안다. 오늘은 회사에서 시간을 죽였는데, 이렇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집에서 쓰면 또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질 것을 알면서도 요새는 자꾸만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싶고 이건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회사 동료들처럼 살고 싶지도 않고 부모처럼 살기도 싫다. 그렇다면 알을 깨부숴야 하는 건데 섣불리 하진 못한다. 퇴근해서 한동안 누워있던 것도 그 때문이었나. 불안함은 어떤 것에 몰입해야 없어지는 무엇이었고 이제는 불안감을 없앨 수는 있게 됐다. 근데 나의 진실된 모습, 거짓으로 꾸며내고 싶지 않다는 욕망, 내 특성을 세상에 실험하고 싶단 생각이 계속 들고 그것 때문에 오늘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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