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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나 또한 빌런이겠지

by 강아

팁스 설명회가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팁이 있을까 의심하다가 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사무실에선 파쇄할 것을 내놓으라는 공지가 내려왔고 나는 그저 자리에 앉아있었다. 호들갑을 떠는 직원은 상사를 붙들고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는 마침내 옆자리에 있는 책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하는 직원은 총 3명이었고 그리 많은 책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자 치우던 상사가 말하는 것이었다. '바로 옆자리에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면 좀 돕고 그래'

그 말투는 날이 서있었다. 그는 언젠가부터 내게 말하는 어투를 끝을 높게 올려 말하거나 강조하는 듯이 말하곤 했다. 다른 직원과 비교해 그 톤이 특별히 높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라고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데 하나도 돕지 않을 만큼 염치가 없는 인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았고 그 인원으로 10분도 안 걸릴 만한 일이었다. 그는 회사 내 상황-가령 어떤 대화를 하거나 -할 때 내가 개입하지 않는 걸 보고 '관심 좀 가져'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부터 오지랖 넓은 인간이 아니다. 회사 내에서도 소수의 인원과만 친분을 유지하고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1부터 10까지의 직원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스몰토크를 하는 유형의 인간은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인간이다. 그런 인간에게 나란 사람은 이상하고 별나 보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본인과 다르다고 윽박지르거나 오늘같이 면박을 주는 날이면 나도 가만히 있다가 날벼락이다. '양이 많지 않아서 그랬다. 청유형으로 말하면 내가 안 도울 사람도 아니지 않냐'라고 말했어야 하지만 나는 또 내 나름대로 꽁해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고 그는 몇 시간 동안 회의를 다녀왔다. 나는 오늘 조퇴를 할까 말까도 내내 고민하고 있었다. 차라리 연가를 내고 회사에 없는 편이 나을 뻔했다.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오해하고 그런 오해가 반목으로 이어지는 일도 지긋지긋하다. 인사발령이 나서 빨리 헤어지고 싶다. 안 맞는 사람은 안 보는 게 상책이지만 또 다른 곳에 가도 빌런은 존재하겠지. 누군가에게는 나 또한 빌런일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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