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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

by 강아

음악을 좋아한다. 주말에는 집에서 혼자 피아노 치다가 곡 자체에 빠져 슬퍼질 때가 있다. 이런 주말이면 러키 한 날이다. 많은 순간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나는 이런 순간들이 꽤나 소중하다.


영화도 그런 맥락인데,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의 상황에 날 대입해 보는 건 즐거움 중 하나다. 주인공의 취약함-의존성,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결국 혼자 결정해야만 한다는 것-같은 건 인간이 지닌 보편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위안이 된다.


밴드 연습을 다녀온 주말이었다. 항상 혼자 연주했던 나는 사람들과 같이 연주하면서 충만함을 느끼고 싶었다. 항상 상상이 먼저 앞서나가서 벌써부터 버스킹 하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는 봄비가 내렸는데 모임시간이 될 때까지 뭘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가 시간이 되어 주섬주섬 나갔다.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진 지 오래고 혹시라도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방어 기제일 생각인 나는 시뮬레이션하기 바빴다. 낯선 사람을 만나서 예의를 지키는 일은 수백 번 했지만 여전히 낯설다. 나이는 크리티컬 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이젠 어느 모임에 가도 연장자에 속하게 된 게 꽤나 이상하다.


장소 앞에서 다시 돌아갈까 잠깐 망설였지만, 들어가게 된 연습실은 지하 특유의 눅진함에 땀냄새가 섞여 있었다. 조원으로 만난 사람이 스스럼없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사람이어서 신기했다. 강제가입하게 됐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내게 어떤 책임도 부과하지 않으며 강요하지도 않을 사람들,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순수한 열정은 아직까지도 인간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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