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인 게 좋다가도

by 강아

아무런 일정이 없는 날. 이야기만이 의미가 있다며 1일 1 영화를 해온 날도 여러 날이었다. 오늘도 그러려고 영화를 보다가 도중에 의미가 없는 일 같아서 그만두었다. 사실 몰입이 잘 되지 않은 것이었다.


영상을 계속 보다가 김치찌개를 하나 끓이고 나서는 다시 무위의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소파에 커피를 흘러 패브릭이 다 젖어버렸다. 시급히 물티슈로 몇 번을 닦아내자 없어졌고 인생이 이런 연속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기 치지 않은 사고, 그걸 수습하는 것의 반복.


어제는 지나간 사람을 생각했다. 어릴 때의 나는 왜 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만나서 나를 파괴했을까. 브루탈리스트에선 고통받는 예술가가 자기를 학대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본 사업가는 그를 파괴한다. 내가 날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타인은 그런 날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그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단념으로 남았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영화관을 나오면서 토악질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 영화를 보고 나오면 며칠간은 그걸 끌어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여파가 오늘까지 온 것이다.


그래서 어제는 밴드 모임을 갔는데, 공연을 할 예정이고 관객을 말하라는 말에 그 공연을 보러 올 사람도 없단 걸 재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은 지인들을 불렀지만 어머니를 공연에 오라고 하기엔 거리가 멀고 성인이 되어 사귄 친구를 부르기에는 약간 애매하다. 혼자라고 생각이 들 때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혼자 영화를 가고 그런 생활을 반복했었는데 올해는 합주를 시작했고 그걸 잘한 건지도 모른 채 일단 가입 먼저 해버렸다. 그걸 연습하기 위해 써야 하는 돈, 시간과 그걸 하지 않으면 생길 나만의 시간을 고민하다 사람 속에 속하고 싶단 욕구가 조금 더 컸던 것이다.


아직도 지난 시간에서 타인에게서 받았던 상처가 상흔으로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에게 기댈 수밖에 없단 사실이 좀 피곤하다. 운전을 하면서 '결국 가족을 만들면 그로부터 올 권태감을 못 견딜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혼자인 게 맞는 거야'라고 몇 번을 생각했으면서 자꾸 불이 뜨거운 걸 알면서도 기어이 다가가고만 마는 형국인 것이다. 혼자인 게 좋다가도 기어이 사람 속에 있는 내 모습이 좋다고 느껴지는 날 인정하기 싫다. 그건 혼자서도 괜찮다는 날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keyword
이전 14화인간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