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발령이 난 직원들 포함해서 점심을 먹는 날이었다. 내 차로 같이 갈 수 있겠냐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 남의 차를 타는 것보다 내차로 가고 만다. 별로 친분이 없는 사이였는데 말 그대로 사회적 관계다. 그들이 노력하면 나도 노력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당에 도착하니 우리 회사에서 이직한 직원을 봤다. 그 직원도 처음엔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친구 소개팅을 해주고 잘 안 됐다. 거기까진 이해하는데 한 번은 그 직원이 이직한 회사에 갈 일이 있어 연락했더니 연락하라던 애가 막상 바쁘다고 했다. 회사일이 바빠봤자 잠깐 얼굴을 마주칠 정도로 바쁜 일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뒤에도 걘 따로 연락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그 친구가 예전에 사귀었던 직원이 나랑 같은 팀이었었고, 그것 때문에 껄끄러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자애 지인들은 남자애 편을 들었고 여자애 지인(나)은 여자애 편을 들었을 것이다. 뭐 그런 걸 떠나서 그냥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노력하는 만큼 그가 노력하지 않는 걸 보고 그냥 손을 놨다. 예전 같으면 이런 일에도 감정소모를 많이 했을 것이다. 이제는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고 실망도 없다.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또 내 운전습관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보스가 조수석에 앉을 때마다 운전습관을 지적해서 '잔소리 그만하세요'라고 했는데도 계속 팀끼리 모이는 자리만 있으면 반복하는 것이다. '앞으론 잔소리하는 사람 안태우기로 했어요'라고 하자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까지 10번은 들은 것 같다. 점심을 직원들과 같이 먹지 않고 오늘같이 특수한 경우에만 같이 먹는데 그럴 때마다 할 말이 없으니 그 말을 하는 것 같다. '귀에서 피나겠다'라고 말하자 직원들이 다 웃었다.
뭐 사실 그렇게 스트레스받는 것도 아니다. 장난으로 그런 걸 알고 이걸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면 회사 가는 것도 지옥이었을 것이다. 예전엔 그런 말들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이젠 내성이 생긴 건지 '어디 해보세요'라는 마인드다. 그런 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 근데 오늘처럼 회사에서 태업을 한채 앉아있으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 트레이딩으로 한 종목을 아침에 샀다가 3프로가 올랐다. 팔고 싶었는데 안 팔자 10%가 올랐다. 집에서 모니터만 바라봤으면 팔고 말았을 것이다. 회사가 주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근데 분명히 좋아하는 게 있고 잘할 수도 있는데 그 시간에 몸은 회사에 와있어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퇴사하기 위해 뿌려놓은 씨가 성과가 빨리 보였으면 좋겠다.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게. 8시간 앉아있어서 버는 일급을 당당히 포기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