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는데 상위계장이 보스한테 전화했다. 요는 저번에 다녀온 청에서 데이터를 주냐고 물어보는 말이었다. 계장의 스타일은 본인이 아는 게 없어서 타인에게 많이 의지를 하는 스타일이다. 몇 번 본 보스가 친절히 응대하니 마음에 들었는지 항상 주무관이 내게 전화할 새가 없이 본인이 보스한테 전화한다. 그러면 결국 보스가 내게 전달하는 모양이 되는데 주무관이 내게 전화할 것을 두배로 일하는 셈이다.
그건 그렇고 계장도 같이 간 회의에서 본인이 일정을 잡아놓고 막상 타청주무관을 만나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보스한테 상황설명을 시키더니 보스가 내게 도움을 청해서 답변하자 계장이 말을 끊는다. 겉으로는 위해주는 척하면서 이런 행위를 할 때는 사람혐오가 심해진다. 일로 엮인 사람 중에 주무관처럼 점잖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변에 민폐스타일인 이런 사람도 있다.
내용은 로데이 터를 받아야 하는데 이걸 미팅하러 간 청이 원제공자이다. 근데 올해부터는 식별가능하지 않게 준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근데 미팅을 잡은 이유는 매년마다 매출액을 발표하는데 현재 수집된 데이터로 정리해 보면 작년보다 줄었다. 그래서 각데이터로 크로스체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고, 각데이터를 받는 걸로 주무관이 타청주무관과 이야기했으나 타청은 비식별로 준다고 한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죠라고 말하는데 어차피 타처는 의견이 정해져 있는데 조르러 간 꼴이다.
그나저나 보스는 전화를 끊고 나서 내게 다시 물었다.
-그 데이터 1청을 통해 2청으로 받는 거 아니냐
-우리는 엑셀로 1청에서 받는다
-1청에서 어떻게 준다고 하는데? 센터 들어가서 작업하는 게 아니고? 제삼자 제공인데
-데이터는 들어가 있죠. 그렇지만 우리는 2청 제공항목에 세부항목이 없기 때문에 1청에서 받습니다
-왜 말이 자꾸 변하냐
하지만 나는 2청에서 받는다고 말한 적이 없다. 자기 멋대로 데이터가 거기 들어가 있으니 거기서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내게 뭐라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데시벨은 점점 커졌다. 다른 직원에게는 조심하면서 내게는 항상 고성으로 물어보는 건 그러려니 한다. 상대가 물어봤을 때 본인이 확신이 없으면 화가 나는 거고, 그래서 내게 물어보는데 항상 상위가 뭐라고 하는 것만 있으면 벌벌 떠는데 그 감정이 내게도 전해져 온다.
왜 이렇게 기는 거야?라는 생각을 같이 일하는 1년 동안 했다. 그건 그 사람이 20년간 일하면서 상위의 스타일에 길들여져 온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한 번씩 내게 소리치는 빈도가 잦아지고 그럼 본인이 민망해 담배를 피우고 와서 다른 직원들에게 농을 거는 꼴도 꼴 보기가 싫다. 문제는 나보고 주무관에게 확인하라는 것도 주무관이 타청주무관과 협의해야 할 문제인데 그냥 상위가 뭐라고 하니까 그는 내게 문제를 토스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스타일을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그런 지시에 모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그는 자신이 내린 지시도 잊어버리기 일쑤였고 그건 크리티컬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문제가 발생하면 마지못해 하는 지시. 그래서 무시했더니 그는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나도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존경할 만한 상사는 없다는 걸 알았지만 보스의 태도는 무시한다 쳐도 내가 월급을 벌기 위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난다. 다른 직원도 그의 닦달하는 태도, 전문성보단 그저 종종거리는 태도에 학을 떼지만 앞에서는 순종적 인척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 천성이라 항상 사무실에서 그가 큰소리를 내면 나는 오히려 목소리를 낮추며 맞선다. 근데 이런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가 난다. 그러면서 며칠 지나면 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데면데면하다. 이해하려 해도 타인의 고유한 특성은 항상 사람을 혐오하게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