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 그야말로 무위의 날이었지만 어제 상위에서 재작년 사업이 완료가 안되었다고 전화가 왔을 때는 그게 내 사업이 아닌 걸 알고 있었지만 내게 전화한 그에게도 화가 날 만큼 타인과 엮이는 게 싫다. 결국 포워딩하긴 했지만, 이럴수록 악순환인데라는 생각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타인에게 대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묻어 나오는 짜증은 어쩔 수가 없다.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자고 했지만 내 분노에 타인이 거리를 둘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집에 오면 회사에서 벗어나니 행복할 거 같은데 막상 집에 오면 비슷하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핸드폰을 죽죽 내리고 있는 모습은 같다. 타인의 이야기나 글만이 의미 있다고 느끼던 날들도 있었지만 요샌 다시 숏폼에 절여져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더라. 음악이랑 공상하는 건데 그냥 다 같이 사람들과 어울려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임을 하나 들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하긴 하지만 봄이 오면 이렇게 누군갈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시도를 하게 된다.
독서모임에서 만났던 친구랑 같이 가자고 연락을 하는 동안엔 웃고 있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이 싫다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연락할 땐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나도 결국 인간이구나를 체감하는 때이다.
돈이라는 굴레만 없다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돈이 죽을 때까지 옭아매겠지. 예매해 둔 영화조차 숙제처럼 느껴지는 날이라니, 바다를 보러 가야 할 때인가. 수동적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주체적 삶을 사는 인플루언서를 부러워하다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