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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단상

by 강아

누가 나한테 외로움을 즐긴다고 했다. 사람과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 오랫동안 그를 생각했던 건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무언가를 애착할 대상이 필요해서였다. 죽지 못해 산 날들을 잘 살아왔다고 해줘서 그래도 고마웠다. 어쩌면 누군가를 좋다고 생각하는 건 내 안에 어떤 '상'을 만들어놓고 그가 부합하다고 느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게다. 그동안 여러 번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이 안 맞는다고 느꼈지만 직장은 있어야 하니 다닌 게 지금이 되었다. 이제 직장이고 뭐고 다 모르겠다. 직장 때문에 아침에 눈뜨는 게 싫다면 그만둬야 하지 않나.


마음 같아선 칩거하고 싶다. 사람과의 만남은 기쁨보다는 피곤함을 주고 그나마 기뻤다고 생각한 순간도 나중엔 빛이 바랬다.


악연이라 생각했던 여자애가 악연이 맞았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지난 십 년간은 왜 그리 고통스러워야 했나. 사람과 얽혀서라고 한다면 애써 사회생활해 왔던 당위성이 희미해지고 만다. 세상에 믿을 건 나밖에 없단 걸, 부모님도 결국 남이라는 걸 알고 오히려 홀가분해지는 것.


사람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너무 벽을 치고 있다고, 괜찮은 사람이 다가와도 내 마음속에 누군갈 세워두어 (누군갈) 모른 채 지나쳤을 수 있다고 했다.


저녁에 먹으러 간 순댓국집 옆에 앉은 사내에게 진한 모텔 바디샤워코롱 냄새가 났다. 중년의 남녀는 무슨 관계일까 의아했고, 남자는 길가에 지나치면 다음날 기억나지 않을 평범하고 초라한 외양, 여자는 노랑머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순간 어떤 여자가 나를 봤다. 누군가 나를 보는 시선을 의식해 봤자 나만 피곤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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