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하다. 직장에서 타인이 싼 똥을 내가 치우는 것도 불만이고 그 처리를 나보고 하라는 상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을 왜 타인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계획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되나. 정말 인간이 싫다. 직장에 있으면 화가 나고 본래의 내 모습이 아닌 안 좋은 모습이 많이 나온다. 호기심이 많고 긍정적인 면보다 예민하고 신경질 적인 면모 같은 것 말이다.
집에 오니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굶을 수는 없으니 원플레이트로 식사하고 요가를 해도 기분이 안 풀렸다. 과부하 되었고 점점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이방인처럼 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바닷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며 쉬다 보면 하고 싶은 게 생길까?
사람들끼리 서로 이야기하는 거 보면 신기하다. 어쩜 일상적인 대화를 저렇게 열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 타인과 함께해서 겪는 행복보다 고통이 더 클 때가 있다. 여행을 가서도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부유하는 나는 정말 히키가 맞는 사람이다. 매번 마주치는 의미 없는 관계들, 하지만 그런 의미 없는 관계로만 구성되어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뭘 해야 내가 행복한가 생각해 보니 연주할 때랑 뭘 가르치거나 배울 때였다. 돈이 인생의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하는 게 아닌 건 알겠고 하루를 불행하게 살지 않는 방법은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해야 한단 건 알겠는데 행동이 쉽게 안된다. 최근의 직장에서 꼬인 일을 계기로 사직서를 던지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그 일도 조만간 보고를 하겠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과 엮이는 걸 피할 수 없다면 내가 자리를 옮겨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영어인터뷰도 준비해야 하는데, 뭔갈 '해야 한다'라고 생각만 많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날엔 배우자가 없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그도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없었을 테니 둘이 느끼는 무력감보단 나 혼자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