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집에 있으면 이상할 것 같다
회사에 가자마자 터진 문제에 대한 기안을 하고 급하게 완료보고를 했다. 점심을 집에서 먹고 피아노를 쳤는데 역시 연습실이 아니면 강하게 터치할 수 없다.
주식이 거짓말처럼 반전되어 올라왔고 역시 행동하지 못하고 자리보전만 하고 있었다.
피아노 페다고지 과정의 면접일이 잡혔다. 급하게 레슨을 알아봤고 내일 가기로 했다. 어떤 곡을 할지 고민했는데 베토벤의 8번 소타나를 어릴 때 좋아했고 그 곡으로 하려고 한다.
동생이 집에 온다고 했다.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인 것 같다. 아무도 없는 집엔 그다지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지만 동생이 와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좋았다. 타이밍이 안 맞아 요리를 해주고 다시 나와 요가를 가야 했지만 자주 오면 좋겠다.
온라인으로 먹을걸 쇼핑하니 하루가 끝나있었다. 이번 주는 휴가도 내고 정신없이 일을 쳐낸 덕인지 빨리 간 기분이다.
어릴 때 돈돈한 아버지에게 벗어나고 싶어 일찍 사회생활을 했고 이젠 그 압박에서 벗어났지만 돈에 대한 결핍은 여전하다. 동생이 아버지의 카드를 긁고 돈 쓴 것에 대해 타박당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아서 용돈을 준다고 했다. 공부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어릴 때는 월급쟁이가 되면 좋을 것만 같았는데 그만큼의 감정노동이 있는 걸 모를 만큼 철이 없었다. 사람이 간사한 게 월급이 있으니 어릴 적 그 처절함을 잊게 된다. 물론 부모가 번 돈을 자식이 허투루 쓰는 것이 아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자식을 안 낳아야 하지 않나. 본인의 욕심으로 자식을 낳아놓고 돈 쓰는 것으로 뭐라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이도 낳지 않을 생각이다. 막상 아이를 낳으면 나 또한 부모처럼 희생적으로 될 것을 알기 때문이고 그러기엔 나는 자신을 너무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걸 지금에야 안다. 자식에게 희망을 걸지 않고 나 자신만 온전히 믿으며 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혼자 집에 오는 것, 조용한 집에서 생활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 버려 누군가가 있는 게 이상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