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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안정감을 주지만 어떤 족쇄 같기도 하다

by 강아

동생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족이 내려온다고 해서 아침부터 분주했다. 우선 도서관에 동생을 데려다준 후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리고 가족을 픽업해서 집에 가서 싸 온 음식을 냉장고에 넣은 다음 다시 동생을 픽업해서 수산시장에 갔다. 농산물 시장과 붙어있어서 거기로 갔다가 다시 운전해서 갔다. 주차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냥 구석에 대고 횟감을 구경했다.


어릴 적부터 먹던 붕장어를 사고 갑오징어를 먹자는 의견에 그것도 샀다. 주꾸미 샤브를 먹으러 온 건데 생물도 있었지만 기절한 주꾸미를 샀다. 식당으로 가서 처음엔 샤브를 시켰다가 매운탕으로 바꿨다. 알이 있다고 해서 샀는데 알이 하나도 없었다. 선물(돈) 전달식을 하고 나오는 길에 밴댕이 젓갈을 사고 성심당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컨벤션센터의 행사와 겹쳐 인산인해였다. 사람 인파를 보자마자 질려버려 다시 차를 돌려 도서관에 동생을 데려다주러 갔다. 다시 터미널로 가족을 데려다준 후 연습실에 갔다. 어떤 이가 내가 들어가자 창문틈으로 슬쩍 봤는데, 연주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밴드 합주가 있는 날이어서 다시 대전으로 갔다. 길은 엄청 막혔지만 음악을 들으며 가니 여유롭게 도착했다. 역시나 주차난이라 인근 교회에 대고 들어가서 합주했는데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말끔하게 끝내고 왔다. 역시 사람들과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엄청 내렸다. 오늘 이 스케줄이 아니었다면 동생을 다시 픽업하러 갈 수 있었는데 그냥 버스 타고 오라고 했다.


카페에서 케이크를 사서 집에 갔다. 동생도 막 도착했다고 해서 저녁 준비를 했는데 아까 냉장고에 넣어둔 게 다 재료가 됐다. 새우볶음밥과 오리고기와 미역국과 파김치까지 동생은 야무지게 식사를 했지만 난 아까 먹은 점심이 아직 위에 남아있어 방울토마토로 간단하게 먹었다. 대지권등기 서류접수날이 오늘까지라 보내고 나서 하루의 할 일을 다 끝냈다는 해소감이 들었다. 가족이 집에 있는 건 안정감을 주지만 어떤 족쇄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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