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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 친구가 없는 이유

by 강아



갑자기 회사에서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갖는다고 해서 회의실에 모였다. 회사에서 교류가 없는 나는 묵묵히 자리에서 다과를 먹을 뿐이었다.


처음에 입사해서도 이렇게 외톨이로 지낸 건 아니었다. 동기가 10명이 있었는데 각자 살길을 따라 퇴사를 해버렸고 지금은 나 포함 2명밖에 남지 않았다. 연말에 한 번씩 보긴 하지만 각자 결혼으로 인해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입사초기에 밥을 사준 선배도 있었고 반대로 내가 사준 후배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나가게 되면 그걸로 인연은 종료가 되어버렸다. 청첩장을 준 선배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당시에는 품앗이라도 할 요량으로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의금을 전달하였지만 이젠 그걸 회수할지도 모르겠다.


지독하게 괴롭히던 팀장조차 팀이 바뀌면 마주칠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됨으로써, 사내에서의 경험들이 '회사를 나가면 끝나는 인연'이라는 걸 배우게 되자 그다지 노력도 하지 않고 타인에 대해 신경도 덜 쓰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프리하게 회사를 다닌다. 팀 내 회식도 참여하지 않고 단체활동도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됨으로써 가기 싫은 자리에 가서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앉아있지 않는 내가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쨋든, 생일축하자리에선 나와 직급은 같지만 후배인 동갑여자가 그 자리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리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녀가 없으면 이렇게 마련한 자리에서도 정적만이 흐르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일은 깜빡했다면서 지나갔으면서 선배 생일은 챙기는 얕은수는 애교로 봐줘야 하나.


회사에서 인연을 만들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인연의 순간성에 지치기도 했고 나와 타인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가령, 이 회사에 다니는 나는 비교를 안 한다고 하지만 은연중에 대학동기들의 스펙과 날 비교하는데 분명 같은 선상에 서있던 그네들과의 격차가 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는 오너 아니면 라이선스로 벌어진 데에 대한 자격지심이 '이 조직에 있을 내가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거만함이 회사동료에게도 은연중에 전달되었을 것이고 그게 회사에서 특공대로 다니는 이유이다. 예의상 스몰토크를 건넬 수도 있지만 애써 그런 걸 하지 않고 이제는 타인도 '그러한 나'로 인지해주어 오히려 편하기도 하다. 어차피 나갈 거 잘 지내는 게 뭐가 나빠?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더 이상 엄한데 힘 빼기 싫고 입사초기와 비교해 봐도 지금이 훨씬 나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튼 지독하게 나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걸 ‘좀 편하게 기준을 낮추면 되잖아’ 하면서도 원래 이렇게 생겨먹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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