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기 싫다

by 강아

원래는 타코야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회사 사람 중에 타코야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회사 이벤트가 있을 때 종종 배민으로 시켜 먹곤 했다. 맛집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뜨거울 때 바로 먹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음식은 재료와 온도가 중요하다고 믿는 나는 그렇다. 아무튼 그 동료는 타코야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집에 기계도 구비해놓고 있다고 했다.


그런 대화를 한 게 엊그젠데 마침 퇴근하는데 타코야키 트럭이 보였다. 며칠새어머니가 가져다주신 음식을 냉장고 파먹기 하다 보니 약간 물렸기도 했고 밥을 차릴 힘도 없었다. 또 배달료도 은근히 아까워하는 짠순이이고 배민을 이용하면 자영업자도 이득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포장하기로 했다.


가장 싫어하는 게 기다리는 일인데, 비상깜빡이를 켜고 차에서 내려 주인장께 '오래 걸려요?' 물으니 '금방 돼요'라고 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트럭 앞에는 성인남자 한 명과 성인여성이 있었다. 남자는 타코야키를 시키고서 '아이가 먹을 거니 매운맛과 치즈맛을 달라'라고 했다. 여자는 아이가 정신없이 킥보드를 이리저리 타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그 여자아이가 내 몸을 가볍게 부딪혔지만 그냥 미동 없이 있었다.


가장 근래에 기다려본 일이 언제더라. 지방으로 오고 나서 대중교통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고 급식을 먹지 않아 밥을 기다리는 일도 없다. 가장 최근에 기다려본 일은 팀 점심회식 때 중국집 가서 짬뽕을 기다린 일이다. 타코야키를 기다리며 멍하게 서있는데 퇴근 이후 일정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적당히 쌀쌀한 날씨에 얼른 픽업해서 들어가고 싶었다. 앞의 두 팀을 기다리는 시간이 억겁 같았다.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주인장을 보다가 픽업하자마자 차를 타고 집에 왔다.


받자마자 바로 먹고 싶었는데 차에 흘릴까 봐 엘리베이터에 타서야 한 알을 먹었다. 생각보다 문어가 크고 알싸하게 매운 훌륭한 타코야키였다.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어 간편한 한 끼였다. 회사로부터 받은 상념과 고뇌가 타코야키 9알에 피곤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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