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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적인 가족 의사소통

by 강아

과거에 휴가가 싫었던 이유는 또 있었다. 휴게소를 당최 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출발시간을 남들이 안 갈 때 가야 한다며 새벽을 고집했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준비해서 가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휴게소에서 돈을 쓰면 아까우니 늘 김밥 같은 걸 챙겨가는 건 엄마의 몫이었고 멀미가 나는 도중에 먹는 음식은 별 맛도 없었다. 화장실은 인근 야산이 있으면 이용하고 했던 것이 악몽처럼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빠진 여행은 기준을 그와 무조건 반대로 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휴게소에서 먹는 호두과자나 오징어 같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사는 것.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참지 않고 가는 것. 싸간 걸 먹지 않고 음식을 사 먹는 것이었다. 사천 원짜리 치즈가 늘어나는 십원빵을 먹으면서 그게 죽 늘어나는 걸 보고 있는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화롭다'


그만 없으면 편안한 여행이었다. 그는 왜 그렇게 불편한 걸 감수했을까. 다 돈 때문이었다. 돈을 아끼려고 떠난 여행, 그럼 여행을 가지 않았어야 하지만 또 남들 다 가는 여행을 안 갈 수는 없었던 여행. 그가 혼자 집에 있는다고 들었을 땐 약간 연민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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