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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어요 누나

by 강아

큐큐에게 알고싶지 않았던, 하지만 쏟아 들어져온 그의 정보를 처리하다 보니 한동안 깊은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에서 만난애를 이렇게 현생으로 끌고 들어와도 되나'란 생각이 있었지만 사실 그가 보내주는 아침 안부 인사가, 자기전에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인사가, 그리고 회사에서의 무료함을 날려주는 문자가 반갑기도 했다.


그는 '제가 살이 무지 쪘거든요. 하루종일 뛰어다니는데 이게 뭐하는 건가 자괴감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늦게 들어갔거든요. 동생들이랑 같이 다녔죠. 생명과학 전공했고 졸업해서는 증권사에서 화이트해커로 있었어요. 근데 저는 그냥 안정적으로 승진 포기하고 다니고 싶어 공기업 준비를 했거든요. 하지만 최종에서 떨어지고 지금은 사기업연구소 소방팀에 있어요. 근데 들어왔는데 나보다 나이 어린 애들이 계급놀이 하는거에요. 저 남혐이거든요. 회사사람과는 말도 안하고 집돌이에다 여친 생기면 여친이랑만 놀아요.'라고 말하는 애한테 나는 '그렇구나..'라고 답할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누나 27일에 시간 되세요?'라고 물어오는 것이었다. 만나자고 할줄은 알았는데 온라인상의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의심도 들었다.


'제가 지금 돼진데 긁지 않은 복권 한번 만나보실래요? 폭식으로 한번에 30kg찌고 빼고를 반복했거든요. 그게 이번에 3번째고 누나 만나기 전까지 1차로 빼고 나중에 쫙 뺀거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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