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연습실 가서 사는게 낙이라고 했는데 오늘은 좀 아니었다. 아침에만해도 괜찮았는데 왠지 음악이 잘 완성이 안되고 디깅해놓은것도 저작권 걸리고 해서 남은 곡이 얼마 없을뿐더러 그럼 클래식을 해야하는데 클래식을 완성하긴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한번 바흐 프렐류드를 올렸다가 누군가가 'this is not good'이란 댓글을 달아서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재업로드를 했다. 확실히 내가 들어도 느낌이 살지 않는 연주였다. 사실 음을 틀리지 않게만 신경써서 올렸고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한개씩 올리기 위해선 어쩔수 없긴 했다. 하지만 음악은 첫번째로 듣기 좋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다시 치는게 맞았다.
다시 올린 영상으로 구독자가 몇 생긴 후, 끝없이 바흐를 연습 중이다. 사실 유튜브를 시작할때만 해도 바흐 전곡을 올릴 요량이었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해도 미스터치가 나오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그런 상태에서 계속 녹화버튼을 누르게 되면 아무래도 진이 빠지게 마련이다. 연습실 피아노가 야마하다 보니 토요일에 녹화를 몰아서 해야 하고 그럼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오늘 특히 허리가 아픈 이유가 평소에는 밥을 먹을때라도 걸었는데 오늘은 점심 저녁 모두 차를 이용해서인것 같다. 피아노는 기쁨을 주었지만, 완성하지 못함으로 해서 좌절을 주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연습할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내가 내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송을 하다가 빈은 말했다.
그날은 쇼팽 스케르초를 연주한 날이었고
-폴란드 사람들은 1번 스케르초에서 Bminor로 전조될때 선율이 국민음악이래. 그정도로 다 안대
라고 말했다.
빈은 어느날 갑자기 내 방송에 들어와 툭툭 던지는 단어들이 가령 이랬다. 그날은 주황색 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빈원전이네. 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게 빈원전인지 몰랐는데 그가 말해서 찾아보니 그러했다.
-왜 같은 브람슨데 책이 여러종류야? 물었더니
-아마 에디터가 다를걸.
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매일 학원에서 방송을 켜는 이유는 집에서는 층간소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웃이 뭐라고 한적은 없지만 밤에 퇴근해서 피아노를 치는건 실례라는 생각에 학원에서 온에어를 하면, 자연스레 옆방의 소리가 들리기 마련이었다.
-아 이거 뭐지
물었더니 빈은 -들어봤는데
라고 했다.
분명 들어본 곡인데 나의 경우는 그 곡을 단번에 말하진 못한다. 단지 음정이 뇌리에 각인된 것이지 그게 어떤 곡이라고 저장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일까지 알아와
했지만 내일도 빈은 모르겠다고 했다.
-리스튼가. 분명 들어봤는데
하더니 그 다음날이 되어 물어보니
-스케르초 1번
이라고 하기에 악보를 찾아보니 그게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음악의 빠르기에 따라 곡이 이리 다르게 들릴 수 있단 것도 충격이었다. 보통 비르투오소가 연주하는 곡을 듣다 보니 아마추어의 연주는 다르게 들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