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손절했다

by 강아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이유는 타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내게 쿨하다고 하지만 나는 바운더리에 들어온 주변인들에게는 특히 기대를 하는 측면이 있다. 바운더리 외 사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한번은 이런 경험이 있었다.


해외여행에서 만나게 된 여자애가 있었는데 나이도 마침 동갑이고 같은 학과 공부를 했고 소유보다는 경험에 돈을 쓰는 가치관이 맞아서 급격하게 친해지게 됐다. 둘다 그림을 좋아해서 갤러리도 많이 다니고 핫스팟에 가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놀다가 한국에서도 종종 연락을 하고 지냈다. 국내에서도 여행을 같이 다니고 걷는걸 좋아해서 가족 이야기부터 주변인들까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가까워졌다.


그렇게 거의 주말마다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한번은 나와의 약속을 다음주에 만나기로 하고 해당 주인 이번주에도 만나서 팬시한 곳에 가서 잘 놀고 있었다. 근데 다음주에 만나기로 한 내 약속을 친구 피로연이 있어서 못갈거 같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해 줬어야 했는데 난 걔와의 약속을 함으로써 기회비용이 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주말의 시간을 놓쳤다고 생각해서 싫은 소리를 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유욕을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해 왔으면서 소유욕을 지닌 것이어다. 내가 화를 내자 친구는 당시에는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그 이후로부터 대화의 결이 달라지며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냥 그정도의 사이였을 뿐인데,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했는데 단지 그 사건만으로 멀어지게 된게 의아하게도 느껴졌다. '내 사람이니까 넌 내 기준치를 넘지 말았어야 해' 라고 생각했던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하지만 내가 친구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약속을 변경하는 일은 없었을 거 같은데 나는 가끔 그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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