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콘월 여행] 콘월을 떠나다.

by 방랑곰

어느 화창한 여름날, 우리는 캐리어를 들고 포트리스 집을 나섰다. 콘월에서 머물렀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어느덧 모두 지나가고,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도래한 것이다. 우리 양 손에는 콘월에서 한국으로 가져갈 짐이 한가득이었고, 우리는 그 짐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차 안으로 밀어넣었다.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커서 짐을 밀어넣는 우리의 손길이 한없이 느렸다. 그렇게라도 이별의 순간을 늦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속절없이 지나가 버렸고, 우리는 기차역으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우리는 정들었던 콘월, 그리고 짝꿍 가족과 이별했다.


IMG_7648.JPG
IMG_7660.JPG


짝꿍 아버지는 우리가 도착했을 때처럼 우리를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셨다. 기차역까지 가는 차 안에서 우리는 크게 의미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별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을 알았기에, 그저 의미없는 대화로 그리고 웃음으로 그 순간의 아쉬움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침묵이 찾아오면 아쉬움이 더욱 커질 것 같아서, 슬픔과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그 공간에 침묵이 내려앉을 틈을 주지 않았다. 우리는 약 20분이 지나고 기차역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우리 짐들을 모두 꺼내고, 우리는 짝꿍 아버지와 마주 섰다. 다른 가족과는 집에서 이미 작별 인사를 하고 왔기에, 이곳에는 짝꿍 아버지와 우리 뿐이었다. 짝꿍은 아버지가 깊은 포옹을 나눴고, 나는 그와 악수했다. 그리고 잠시 후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짝꿍 아버지는 역 밖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우리는 기차에 올라탄 이후에도 그에게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기차는 우리를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고, 우리 시야에서 짝꿍 아버지가 사라지면서 이별을 실감했고 슬픔이 찾아왔다.


꿈 같았던 한 달이라는 시간, 처음으로 짝꿍 가족과 함께 보낸 이 기간이 너무도 소중했고 따뜻했다. 콘월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긴장이 가득했던 내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들의 한 구성원이 되어 있었다. 그들도 나를 따뜻하게, 그리고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한국에서의 가족만 있던 나에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별이 더 슬펐던 것일까. 우리는 한참을 말 없이 기차 밖만 바라보았다. 하늘이 우리를 위로라도 해주려는 걸까, 아니면 우리 속도 모르고 눈치가 없었던 걸까. 날씨는 너무도 맑고 화창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빠르게 스쳐가는 콘월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었는데, 짝꿍이 스윽 한 마디 던졌다.

"우리 내년에도 올 수 있겠지? 꼭 다시 오고 싶다."

1년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대답에 확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새로운 희망을 위해 확신에 찬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럼. 1년 후에 꼭 다시 오자!"


IMG_7664.JPG
IMG_7670.JPG


우리의 콘월 여행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우리를 태운 기차는 약 5시간을 달린 끝에 버밍엄(Birmingham)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이틀 밤을 보낸 후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탈 것이다. 그 이틀 동안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도시인 버밍엄에서 우리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버밍엄에서의 이야기는 다음에 새로운 포스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그 전에 포스팅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있다. 바로 영국 중부의 작은 마을인 코츠월드(Cotswolds) 여행기이다.


콘월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코츠월드로 한 주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시간의 흐름에 맞게 코츠월드 여행기를 콘월 여행기 중간에 넣으려고 했었는데, 포스팅을 하다 보니까 콘월 여행기를 완전히 끝내고 새로운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콘월 여행기를 끝내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코츠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코츠월드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그 때 비로소 버밍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이렇게 콘월 여행기를 끝낸다. 올해도 콘월을 가게 되리라는 희망과 함께.


IMG_7673.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