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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ug 22. 2023

[코츠월드 여행] 활기 가득한 시골 마을

브로드웨이(Broadway)

라벤더 농장과 스노우쉴(Snowshill)을 거쳐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브로드웨이(Broadway)라는 마을이다. 브로드웨이는 코츠월드 북쪽 끝자락에 있는 마을로, 코츠월드에서 유명한 마을 중에 하나이다. 우리도 코츠월드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곳을 가장 먼저 선택했을 정도로 우리가 찾아본 모든 정보에 브로드웨이라는 이름은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큰 기대를 가지고 브로드웨이에 도착했다. 브로드웨이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우리는 이 마을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본다. 



"이 마을은 진짜 활기차네. 지금까지 우리가 갔던 마을보다 사람도 훨씬 많아." 


브로드웨이에 도착한 우리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길에 차가 많았고, 주차장에 차 댈 곳이 많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인도에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 안에서부터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우리는 얼른 이런 마을의 분위기에 휩싸이고 싶었다. 주차장에 차가 꽤 많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 남겨진 공간이 있었다. 얼른 차를 대고 설레는 마음 가득 담아 마을로 뛰어 들어갔다. 역시나 마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코츠월드 마을을 여행하면서 찾았던 마을 중에 가장 규모가 크면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브로드웨이가 이렇게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된 것에는 마을의 아름다운 모습도 한 몫 하겠지만, 더 큰 이유는 브로드웨이의 위치가 아닐까 싶다. 브로드웨이는 코츠월드 경계에 위치해 있어서 상대적으로 근처 도시와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고, 이 마을을 찾아오는 여행객도 많은 것이다. 실제로 브로드웨이에서 인근 도시에 있는 대형마트까지는 차로 10분 남짓 걸릴 정도로 가깝다. 즉, 이 마을은 코츠월드에서 자연과 역사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생활 편의시설이 그렇게 멀지 않은 마을인 셈이다. 나와 짝꿍도 브로드웨이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마을은 아름다우면서도 살기에도 그렇게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넓은 잔디광장과 그 주변으로 자리잡고 있는 여러 펍과 카페가 우리를 반겼다. 펍과 카페 야외 테이블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 모습이 너무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여서 잠시 머물다 갈까 고민하긴 했지만, 마을에 도착한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어딜 들어가기에는 다소 성급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마을은 전체적으로 다 둘러보고 그 중에서 최선의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마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메인 거리를 따라 브로드웨이의 여러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오래되었지만 감성 넘치는 물건을 파는 가게, 개성 넘치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 평범한 청과물 마켓이지만 외관만큼은 평범하지 않았던 가게 등 브로드웨이에는 특색 넘치는 가게가 정말 많았다. 그 가게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다 보니까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버렸고, 우리는 한 카페로 들어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크림티 먹으러 가자! 시골인까 더 특별하지 않을까?" 


카페에서 우리는 케익 한 조각과 크림티 세트를 먹었다. 크림티 세트는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곁들인 스콘과 홍차를 함께 먹는 영국 특유의 문화이다. 원래는 홍차를 마시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홍차를 커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홍차 대신 커피를 주문했고, 그 모습은 위에 있는 사진과 같다. 개인적으로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먹는 스콘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영국을 여행하는 동안 꽤 먹고 싶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영국의 역사가 느껴지는 코츠월드의 시골마을에서 영국 정통의 크림티를 즐기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졌다. 어찌보면 사소한 음식이지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짝꿍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더해져서 그 음식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것이다. 우리는 천천히,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크림티를 즐겼다. 



카페에서 한참을 머물다 나온 우리는 다시 브로드웨이 마을 속으로 들어갔다. 카페에 가기 전에는 큰 길 주변만 둘러봤는데, 이제는 큰 길 뒤쪽으로 있는 골목길을 거닐기 시작했다. 큰 길가에 있는 상점 뒤쪽으로는 주로 관공서나 주택이 들어서 있다. 그래서 그곳은 관광객이 잘 가지 않기 때문에 골목이 정말 조용하고 한적하다. 큰 길에서 불과 1분만 걸어 들어간 것 뿐인데 브로드웨이 마을의 조용하면서도 평화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그곳은 활기 넘치는 중심가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고, 너무 조용해서 우리도 작은 목소리로 말하게 되었다. 누가 불만을 제기한 것도 아니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는데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이런 행동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행동 변화가 가져오는 효과는 그렇게 사소하지 않다. 

요즘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나 장소에서 여행객을 적대시하는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여행객이 만들어내는 여러 민폐를 원주민들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리는 현상인 것이다. 그중에는 소음, 쓰레기 문제나 물가 상승과 같은 문제가 포함된다. 물가 상승의 경우 여행객이 조절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여행객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여행객이 원주민과 관광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작게 내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여행객이 조금만 배려하면서 여행을 한다면 관광지에서 여행객을 적대시하는 현상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당연하게도 여행객이 관광지의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은 엄연히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행 습관을 책임있는 관광(Responsible Tourism)이라고 부르고, 많은 여행객이 책임있는 관광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책임있는 관광 개념은 기후, 환경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훨씬 넓은 개념이긴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이 여행객의 입장에서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다. 




"저 멀리 타워 하나 보인다. 저기 갔다 올까?"

"그래, 한 번 가보자. 저기 갔다 와서 저녁 먹으면 되겠다."


마을을 구석구석 살펴본 우리는 더 볼만한 장소를 찾아봤다. 마을 안에는 재밌고 흥미로운 상점들이 꽤 많아서 그러한 상점들을 찾아서 둘러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을 뒤에 있는 산 위에 타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타워가 뭘까 구글맵에서 찾아보니까 브로드웨이 타워(Broadway Tower)였고, 브로드웨이 마을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까지 덩달아서 알게 되었다. 그런 장소를 안가볼 수가 없어서, 우리는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브로드웨이 마을에서 타워까지는 차로 약 10분 정도 걸릴 정도로 비교적 가까웠다.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 보는 곳이라서 마을에서 이곳까지 가는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이었고, 타워로 들어가는 길은 넓은 길이 아니라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그렇게 타워에 도착한 우리는 이내 실망했다. 타워로 들어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까지 오면서 타워 근처에서 배회하는 사람들을 봤기 때문에 우리도 당연히 그곳까지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곳에 도착하여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타워 안에 들어갈 계획이 아니라 타워 근처에서 전망을 보기 위해 간 것이라서 입장 마감 시간이 따로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타워뿐만 아니라 그 근처에 있는 모든 공원이 관리되고 있었고, 입장 시간이 끝나서 그 근처까지도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에 정말 괜찮을 것 같아서 기대가 컸는데, 그만큼 아쉬움도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일. 우리는 아쉬움을 삼키고 다시 브로드웨이 마을로 돌아갔다. 그래도 마을 근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한바퀴 드라이브 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타워에 못 들어가서 아쉽네. 마을로 돌아가서 저녁 먹고 숙소로 가자."


타워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마을로 돌아온 우리는 저녁 먹을 장소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마을 중심에서 한블록 떨어진 거주 지역에 지나게 되었다. 이곳은 거주 지역답게 마을 중심부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훨씬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길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영국 전통 주택의 모습이 너무 멋드러져서 나도 모르게 한쪽에 차를 멈춰 세웠다. 우리는 식당 탐색을 잠시 중단하고 차 밖으로 나와서 거주 지역을 잠시 거닐었다. 어느 한 집을 지나는데 안쪽에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고, 다른 한 집의 마당에는 생일 축하 풍선이 걸려 있었다. 사람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이 동네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고, 이런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며 가족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코츠월드를 여행하면서 봤던 그 어느 모습보다 브로드웨이 거주 구역에서 마주한 이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다웠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풍경 측면에서 브로드웨이보다 더 아름다웠던 마을도 있었고 우리가 더 멋있다고 생각한 마을도 있지만, 마을의 분위기와 함께 어우러진 감상은 브로드웨이가 단연 으뜸이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면서 브로드웨이 타워에 들어가보지 못했던 아쉬움 따위를 날려버렸다. 동네를 가볍게 거닐던 우리는 다시 식당을 찾아 나섰다. 어떤 곳을 가볼까 하다가 인도 음식점이 문득 눈에 들어와서 그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약 30~40분을 달려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브로드웨이에 대한 우리의 감상을 서로 나눴다. 이 마을에는 적당히 사람이 많아서 활기가 가득했다. 이와 동시에 마을 중심부를 조금만 벗어나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한껏 느껴졌다. 우리는 브로드웨이에서 정말 많은 감흥을 받았다다음날 일정 일부를 포기하고 브로드웨이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그 분위기를 다시 느껴볼까 하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날 가야할 장소를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에 이 의견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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