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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ug 16. 2023

[코츠월드 여행] 보랏빛 향기 가득한 곳

코츠월드 라벤더(Cotswold Lavender)

오늘은 코츠월드에 있는 마을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에 코츠월드를 여행하면서 잠시 들를 수 있는 장소 한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코츠월드 북부에 있는 코츠월드 라벤더(Cotswold Lavender)라는 곳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라벤더 농장이다. 나와 짝꿍은 꽃을 좋아해서 봄이 시작되면 꽃을 찾아다니곤 하는데, 영국에서도 꽃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하고는 망설이지 않고 이곳을 찾아간 것이다. 그럼 영국 코츠월드에 있는 라벤더 농장은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와... 온통 보라색이네. 어떤 건 짙은 보라색, 어떤 건 연보라색. 

색깔이 그라데이션으로 펼쳐져서 너무 예쁘다." 


코츠월드 라벤더는 이전 포스팅 주제였던 스노우쉴(Snowshill)에 있는 라벤더 농장이다. 이곳은 1년 내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라벤더가 개화하는 여름에만 잠깐 오픈했다가 그 외 기간에는 문을 닫는다.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까 2023년에는 6월 14일부터 8월 6일까지 운영했고, 내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개장할 듯하다. 그리고 이곳은 입장료가 있는데, 6월과 8월에는 5.5파운드(약 9,000원)이고 라벤더가 만개하는 7월에는 7.5파운드(약 12,000)원이다. 농장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어서 과연 저 금액의 입장료를 낼 만한 가치가 있을지를 잠깐 고민했는데, 영국에서 이렇게 꽃으로 뒤덮인 장소를 본다는 기대감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미리 말하자면, 우리는 이 장소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표를 사고 농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커다란 구역이 온통 보라색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넓은 평원에 라벤더가 가득 피어있었는데, 종류가 조금씩 다른지 라벤더 색깔이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같은 보랏빛이 아니라 연보라부터 짙은 보라색까지 다양한 보라색이 그라데이션으로 펼쳐진 모습이었다. 라벤더 밭의 구획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라벤더 사이사이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다만 꽃의 향기를 맡고 꿀을 찾아 떠도는 꿀벌이 라벤더 꽃 위에 정말 많아서 라벤더 가까이 다가갈 때는 조금 신경쓰이긴 했다. 그것만 빼면 정말 아름답고 편안한 풍경이었고, 우리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입장료를 보고 잠깐이나마 고민한 우리 자신을 비웃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공간인데 입장료에 휘둘려 이곳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라벤더 밭을 둘러봤다. 그곳에는 라벤더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렇게 알려진 장소가 아니라서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우리처럼 찾고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도 라벤더 밭이 워낙 넓어서 사람들에게 치일 일은 없었고, 사진 찍을 때도 사람 없는 배경을 찾아서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라벤더 밭을 처음 봤을 때는 라벤더의 짙은 보라색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연보라색으로 가득한 라벤더 밭은 그나마 밝은 색감을 뽐내고 있기는 했지만, 꽃밭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밝은 색감의 화려한 꽃들을 기대했던 우리는 조금은 어두운 색감에 약간 실망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라벤더는 가까이 다가가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라벤더에 가까이 다가가서 꽃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라벤더 특유의 보라색이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그래서 우리는 라벤더 밭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보다는 꽃을 가까이서 관찰하면서 꽃 하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겼다. 잘 다듬어진 라벤터 밭의 골과 골 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면서 다양한 색감의 라벤더를 오롯이 즐겼고, 꽃 가까이에서 풍기는 달콤한 꽃 내음은 우리 후각을 자극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정겨운 산새가 청량한 목소리를 자랑하고 있었고, 심지어 라벤더 꽃을 이리저리 오가는 꿀벌의 날개 소리마저 아름답고 평화롭게 들렸다. 



"여기 라벤더만 있는게 아니네? 들꽃이 정말 많다!" 


한참 라벤더에 푹 빠져있던 우리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벤더 농장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곳에 라벤더만 있는 줄 알았는데, 넓은 라벤더 밭 주변으로는 들꽃이 더욱 넓게 피어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라벤더 말고도 다양한 예쁜 들꽃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비록 꽃 이름을 하나하나 알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넓은 공간에 자유로이 피어있는 꽃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고, 우리는 꽃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나와 짝꿍은 라벤더 농장이라고 해서 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주변으로 가득 피어있는 들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주객전도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잘 다듬어진 라벤더보다 일정한 틀 없이 자유롭게 피어있는 들꽃이 더욱 자연스러웠고, 그 자연스러움에서 자연의 아름다운 가치가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이곳, 코츠월드 라벤더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이곳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농장이라고 예상했고 그저 꽃이 보고 싶어서 찾았던 곳이었는데, 이 농장은 생각보다 컸고 꽃의 종류도 다양했다. 그래서 우리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당연하게도 이곳에 대한 우리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기대치가 낮아서 만족도가 높았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자연 속에서 한껏 머물다가 라벤더 농장을 빠져나왔다. 우리가 들어갈 때만 해도 주차장이 널널했는데, 오후가 되니까 주차장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여름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곳은 코츠월드에서 필수 여행코스로 많이 언급되는 브로드웨이(Broadway) 마을과 그렇게 멀지 않다. 그래서 근처를 지나간다면 한번쯤 들어가 볼만한 곳이다. 물론 라벤더가 만개하는 7월에만 말이다. 


우리는 이곳을 나와서 브로드웨이로 향했다. 그리고 브로드웨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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