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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l 08. 2023

[코츠월드 여행] 대저택의 작은 마을

스노우쉴(Snowshill)

우리는 코츠월드 북부에 머무르면서 가볼만한 주요 마을을 탐색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가장 크고 여행객이 많이 찾는 마을을 발견했다. 바로 브로드웨이(Broadway)라는 마을인데, 이 마을은 코츠월드 북쪽 끝자락에 있다. 우리 숙소가 있는 버포드(Burford)에서는 차로 약 30분 정도 걸렸다. 이 장소를 정하고 브로드웨이까지 가는 길을 탐색하던 중, 스노우쉴(Snowshill)이라는 작은 마을에 잠시 들렀다 가기로 했다. 오늘은 브로드웨이에 가기 전에 잠시 들렀던 코츠월드의 작은 마을, 스노우쉴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는 사람이 아예 안사는 것 같은데? 어제 갔던 마을보다 더 작아!"


우리는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에 두 장소를 들렀다. 하나는 라벤더 공원이고, 다른 하나는 스노우쉴 마을이다. 사실 라벤더 공원도 스노우쉴 지역에 속해 있는데, 이 공원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스노우쉴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주차장을 찾아서 차를 대고 마을로 걸어갔다. 이 마을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만 있을 뿐, 상업 시설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마을 중심이라고 부를만한 장소도 없었고,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었다. 영국이 2011년에 실시한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스노우쉴 주민 숫자가 110여 명이라는 통계만 봐도 이 마을의 규모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직접 걸어다니면서 바라본 스노우쉴 마을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게 느껴졌다. 


마을이 워낙 작아서 이 마을에 명소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스노우쉴 대저택과 정원(Snowshill Manor and Garden)으로, 이는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로 지정된 건축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브로드웨이로 향하는 길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 저택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건물과 정원의 일부는 외부에서도 볼 수 있었다. 저택은 꽤 규모가 있었고, 내부에는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물건들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스노우쉴이 지나는 길에 있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이 저택을 들어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는 브로드웨이에 가겠다는 열망이 있어서 스노우쉴은 정말 잠깐 지나가는 곳이었기에, 이 저택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저택을 지나서 마을 길을 따라 걸었다. 마을에는 사람이 아예 없었고, 심지어 지나다니는 차들도 별로 없었다. 언뜻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 마을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집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이곳에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교회를 보면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스노우쉴 암스(Snowshill Arms)라는 펍이 있었는데,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도 있었다. 이런 마을에조차 펍이 있고, 그 안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신기했다. 과연 이 펍은 장사가 잘 될까. 찾아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장사가 되니까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펍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펍 내부는 영국 시골 마을의 여느 펍과 비슷했다. 운전만 아니었다면 맥주 한 잔 하고 싶을 정도로 펍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는 펍을 지나서 마을로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갔다. 좁은 길을 따라 영국의 전통 가옥이 이어지는데, 이 마을의 건물 수를 세는데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물이 많지 않았다. 그 집들은 원형을 그리면서 위치하여 마을의 형태를 형성하고, 그 가운데에는 교회가 있었다. 스노우쉴 역시 교회가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다르게 바라보면 마을이 교회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형태이기도 했다. 마을과 교회가 서로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이러한 마을의 구조에서도 볼 수 있다. 성 바르나바스 교회(St. Barnabas Church)라는 이름의 이 교회는 마을 규모에 비해서는 건물이 상대적으로 크고 웅장했다. 그리고 교회 건물 주변으로는 과거에 이 마을에 살았을 사람들의 무덤을 표시하는 비석이 꽤 많이 세워져 있었다. 



교회를 주변을 둘러보고 난 후에 마을 언덕길을 따라 조금 올라갔다. 길을 따라가면서 옆으로 이어지는 집들을 살펴봤는데, 고풍스런 건물에 아기자기한 면모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주인에 따라 집 외관의 분위기도 달라져서, 건물의 전체적인 모습은 비슷하더라도 소소하게 다른 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정원이 잘 다듬어진 집, 벽면에 덩굴이 타고 올라가고 있는 집, 아무런 장식이 없는 수수한 집 등 마을은 작지만 각 집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했다.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나 건물에 사람들이 사는 도시보다 이곳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집의 모습은 훨씬 더 창의적이고 다양했다. 언덕 위에 다다르자 교회 건물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코츠월드의 자연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잠시 감상하고 다시 길을 따라 내려왔다. 


마을을 산책하면서 조용한 마을 분위기 속에 우리는 금방 동화되었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차분하게 마을을 산책했다. 우리는 이렇게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서 둘러보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스노우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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