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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l 04. 2023

[코츠월드 여행] 영국 여권 속 마을

바이버리(Bibury)

브리스톨(Bristol)을 떠난 우리는 본격적으로 코츠월드(Cotswolds) 탐방에 나섰다. 우리는 코츠월드 북쪽에서부터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우리가 보고 싶은 마을을 하나씩 보는 것으로 여정을 짰다. 그래서 우리가 브리스톨에서 처음 숙소로 잡은 곳은 버포드(Burford)라는 코츠월드 북쪽에 있는 마을이었는데, 그곳까지 가는 길에 마을 하나를 들렀다 가기로 했다. 바로 코츠월드 안에서도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곳, 바이버리(Bibury)이다. 



"여기 정말 유명한 마을인가봐. 어느 웹사이트를 가나 이 마을은 다 나와." 

"바이버리? 못 들어본 마을인데? 그래도 아름답다고 하니까 한번 가보자!"


우리의 숙소가 있는 버포드는 코츠월드 북쪽에 있어서, 브리스톨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코츠월드를 가로질러 가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중간에 쉴 겸, 여행의 효율성도 높일 겸 가는 길에 있는 마을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열심히 지도도 보고, 코츠월드 여행 정보도 찾아가면서 우리가 발견한 마을은 코츠월드 중간보다 조금 더 북쪽에 있는 바이버리라는 마을이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이 마을은 코츠월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들렀다 가는 곳으로 유명했고, 우리도 그 유명세를 따라 이 마을을 선택한 것이다. 관련 정보도 많이 찾아봤는데 코츠월드 여행 관련 이야기에서 바이버리는 꼭 포함되어 있었고, 코츠월드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마을을 꼽는 순위에서도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있었다. 더군다나 우리 숙소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동선도 나쁘지 않았다. 


브리스톨에서 바이버리까지는 차로 약 1시간 남짓 걸렸다. 코츠월드가 비교적 시골 마을이라서 운전하는 데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길도 넓었고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오히려 바이버리까지 가는 길주변으로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바이버리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들을 보면서 이곳의 유명세를 바로 알아차렸다. 길가에 주차 공간이 꽤 있었는데, 그곳에는 이미 차들이 가득했다. 혹여나 가는 도중에 차가 한 대라도 빠져나갈까 싶어서 나는 천천히 차를 몰았다. 기다림에 대한 보답일까, 우리 바로 앞에서 차 한대가 빠져났고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그 자리를 차지했다. 비교적 쉽게 차를 댈 수 있어서 아직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지만, 바이버리에 도착한 순간부터 일단 기분이 좋았다. 


"여기 진짜 사람 사는 곳 맞는 걸까? 민속마을 같은데...?"

"진짜 영국스러우면서도 예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네!" 


우리는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바이버리 마을의 풍경에 감탄하고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물들이 모두 매우 영국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를 대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마을을 둘러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 차를 대고 본격적으로 마을을 탐방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우리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우리의 눈길을 한번에 사로잡은 곳, 그리고 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이 모두 향하고 있던 곳으로, 바이버리를 넘어 코츠월드의 명소로 자리잡은 알링턴로(Arlington Row)이다. 사실 알링턴로는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그 모습에 빠져들어서, 주위를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고 이곳으로 가장 먼저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는 우리와 비슷한 여행객이 많이 보였고, 그제서야 이곳에 있는 모든 여행객이 알링턴로를 가장 먼저 찾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링턴로는 영국의 전통 가옥이 일렬로 길게 이어져 있는 형태로 자연 속에 포근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곳의 모습은 영국 여권 내부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코츠월드를 넘어 영국에서 가장 영국스러우면서 그림같은 곳으로 손꼽히는 장소이다. 14세기 후반에 지어진 이 건물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듯했고, 주변의 녹색 가늑한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렇게 찾아오고, 영국에서 가장 그림같은 곳이라고 평가하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모습이다. 우리는 멀리서 전경을 감상한 후에 알링턴로 구역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영국의 전통적인 시골 가옥 형태의 건물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앞으로는 보기만 해도 상쾌한 녹색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영국의 전통 건축물은 다소 칙칙한 색깔인데, 그 앞에 잘 관리된 덤불이나 활짝 피어난 꽃들이 그 칙칙함을 상쇄시킨다. 오히려 꽃과 나무가 건물 사이사이에 두드러져서 전체 느낌은 더 밝고 화사했다. 



우리는 알링턴로 건물 앞을 천천히 가로질렀다. 다른 여행객들처럼 우리도 건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주변 모습을 감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음에도 알링턴로 끝자락에 다다르는 데까지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평상 속도로 걸으면 고작 1분만에 알링턴로를 모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이 짧은 길을 보고 걷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 것을 보면 규모로 이곳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작은 규모가 이곳의 아기자기한 매력과 이 건물이 자연 속에 포옥 파묻혀 있는 듯한 포근한 느낌을 한껏 끌어올린다. 이렇게 짧은 길을 지나는 데 나와 짝꿍은 몇 번이나 멈춰섰다. 거의 모든 집을 하나하나씩 바라봤고, 그 앞에 펼쳐져 있는 푸른 녹지를 편안하게 감상했다. 아직 바이버리 마을의 다른 곳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알링턴로를 지나간 것만으로도 이곳까지 온 수고와 노력을 보상받는 듯했다. 그래서 알링턴로 이후에 우리의 발길이 닿은 곳은 이 마을이 우리에게 주는 보너스 선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그저 감사하게 그 선물을 받았다. 


우리는 알링턴로를 지나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중심부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작은 교차로 하나 있는 공간이 마을 중심의 전부이다. 그곳에는 호텔이 있고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펍과 카페가 있다. 그 공간을 지나서 우리는 길을 따라 걸었는데, 길 옆에 꽤 잘 꾸며진 공간을 하나 발견했다. 처음에는 펍이나 식당인 줄 알았는데, 아무리 봐도 뭔가를 먹을만한 공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도를 펼쳐서 살펴봤더니 이곳이 바로 송어 양식장이었다. 우리는 영국에 송어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뿐더러, 이렇게 작은 마을에 송어 양식장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이곳에서는 송어잡이 체험을 할 수 있고, 송어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양식장 안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파는 카페테리아와 미니 골프를 할 수 있는 골프 코스도 있다. 지도 상으로 보면 양식장이 꽤 커보이는데,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바이버리 마을은 역시 작았다. 호텔을 지나고 식당과 카페 두세개를 지나니까 마을 중심부는 끝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길 끝자락에 집들이 모여있는 곳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곳은 바이버리 주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교회와 학교가 있었다. 이곳까지는 여행객들이 찾아오지 않는지 마을 골목길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인 짝꿍은 학교에 관심을 보였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도 학교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이 학교에 과연 몇 명의 학생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처럼 영국도 시골에 젊은 계층과 아이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콘월에서 본 바에 따르면 그 현상이 우리나라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듯했다. 콘월의 시골마을에는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꽤 보였고, 어린 아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버리는 워낙 작고 동떨어진 시골마을이라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학교 바로 옆에는 교회가 있었다. 기독교의 국가답게 이렇게 작은 마을에도 교회가 있었는데, 교회 규모가 마을 규모에 비해 커보였다. 건물도 꽤 멋드러지고, 주변으로는 잘 조성된 잔디밭와 정원이 있었다. 정원에 있는 나무는 꽃을 소담하게 피어내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죽은 사람들의 무덤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무덤의 주인은 아마 바이버리에 살던 주민들이 아니었을까. 영국 사람들은 죽으면 그들이 살던 동네에 있는 교회에 묻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전에도 교회를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사후에도 교회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영국 사람들에게 교회는 그들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공간이다. 


교회를 끝으로 우리는 바이버리 마을을 떠났다. 이 마을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인만큼 기대를 꽤 많이 하고 찾았던 곳인데, 마을의 모습은 우리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다. 그만큼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마을이었다. 코츠월드를 여행한다면 바이버리만큼은 꼭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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