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교(The Forth Bridge)
에딘버러 시내를 벗어난 우리는 차를 렌트하러 에딘버러 공항으로 갔다. 차를 빌린 우리는 스코틀랜드 로드 트립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리의 이날 최종 목적지는 에딘버러에서 약 1시간 남짓 떨어진 던디(Dundee)라는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으로 가는 중간에 잠시 한곳에 들렀다. 스코틀랜드에서 정말 유명한 다리인 포스교(The Forth Bridge)를 보기 위함이었다. 오늘은 다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사진도 몇 장 없고, 포스팅 길이도 정말 짧을 것이다. 잠시 쉬어가는 포스팅이라고나 할까.
에딘버러 공항에서 포스교까지는 약 20분이 걸렸다. 에딘버러 위에는 포스강이 북해로 흘러 들어가는 지형인데, 그 강 하구를 건너는 철교가 바로 포스교이다. 이 다리가 에딘버러와 북쪽을 가깝게 연결하기 때문에, 이 다리로 인해 북쪽의 주요 도시인 퍼스(Perth)나 인버니스(Inverness)로의 접근성이 매우 높아진다. 실제로 이 다리가 없다고 가정하면 서쪽으로 한참을 갔다가 되돌아오거나, 에딘버러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실제로 에딘버러에서 이 강을 건너기 위한 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교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다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다리가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실생활에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언뜻 평범하게 보이는 포스교는 사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리이다. 1890년에 개통되어 지금까지도 그 위로 기차가 다니는 이 다리는 캔틸레버 공법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다리라고 한다. 건축, 교량에 대한 지식이 문외한이라 이렇게 설명을 봐도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 다리가 갖고 있는 가치가 그리 작지 않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유네스코는 포스교를 설명하면서 교량 설계와 건설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이 포스교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보편적 가치가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차를 타고 포스교 아래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무료 주차장이 있어서 잠시 차를 세워두고 포스교를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이곳에서 오는 이유가 오직 포스교 하나뿐이고, 이 다리 이외에는 볼 게 없어서 그렇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포스교는 빨간색 강철이 인상적이었다. 유네스코에서는 이 다리가 지닌 미적 가치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웅장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다리라고 생각했다. 날씨가 화창했다면 다리의 빨간색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서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간 날처럼 흐린 날씨 아래에서는 다소 칙칙한 느낌이 강했다.
포스교 옆을 바라보면 다리 두 개가 더 있다. 이 두 다리는 차량이 지나다니는 다리로 하나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개념인 M 도로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보다 한 단계 아래인 A 도로이다. 이 두 다리는 포스교에 비해 매우 전형적인 다리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 다리 자체만으로는 평범했는데, 포스강과 포스교와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다소 늦은 시간이라 적막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는데, 고요하게 흐르는 포스강이 이러한 적막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간혹 들려오는 새소리와 포스교를 지나가는 기차 소리가 아니라면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말 고요하고 평화로웠으며,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에딘버러 시내를 얼마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러한 자연이 우리를 맞이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마주한 모습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로드트립을 하면서 마주하게 될 자연풍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에딘버러에서 불과 30분 떨어진 곳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될지, 그 궁금증을 얼른 해결하고 싶었다. 우리는 이런 커져버린 기대감과 함께 포스교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