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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an 19. 2024

[스코틀랜드] 펭귄 가족이 있는 도시

던디(Dundee) 

에딘버러에서 벗어난 우리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선택한 곳을 스코틀랜드 동쪽에 있는 도시, 던디(Dundee)였다. 에딘버러가 아닌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하이랜드로의 접근성이 에딘버러보다 조금은 더 좋았고, 도시 규모도 그렇게 작지 않아서 숙소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랜드 여행을 계획할 때 짝꿍 아버지가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해주셨고, 그 이야기에 우리의 궁금증이 반응하기도 했다. 그래서 하이랜드로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우리는 던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곳에서는 정말 짧게 머물다 스쳐갔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가 담기지는 않았다. 원래 이곳 포스팅을 건너뛸까도 고민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여정을 남겨놓기 위해 빼놓지 않고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전형적인 영국의 도시네. 다만 다른 도시에 비해 조금 한적할 뿐이야." 


에딘버러에서 약 1시간 반 남짓 운전해서 던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우리는 호텔에서 일단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오전에 던디 시내를 살짝 구경했다. 던디 시내 모습은 다른 영국의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큰 감흥이 있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도시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나 차가 많지 않아서 좋았다. 우리의 로드트립 여정상 며칠 동안은 큰 도시를 마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이랜드로 들어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시 분위기를 즐겼다. 그렇게 길을 돌아다니는데 아침부터 노래가 거리에서 들려왔다. 중후한 아저씨가 기타 하나를 메고 버스킹을 하고 있었는데, 한적한 도시에 노래가 얹히니까 거리 분위기가 한껏 산뜻해졌다. 노래 하나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도심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우리는 한 쇼핑몰 안으로 들어섰다. 쇼핑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잠시나마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쇼핑의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쇼핑몰을 가로질러 반대편 문으로 나왔다. 그곳은 적막한 분위기가 가득한 뒷골목 같은 으슥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곳을 얼른 벗어나기 위해 길을 찾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이 교회 앞으로 가면 펭귄 있을거야. 찾아봐바." 



음... 무슨 수수께끼 같은 소리일까. 그 아저씨는 그 한마디와 여행 잘 하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그제서야 우리는 뒷골목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건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로 던디 중심부에 있는 커다란 교회, 스티플 교회(Steeple Church)였던 것이다. 우리는 아저씨의 말이 불러온 궁금증을 가득 안은 채 교회 건물을 끼고 돌았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교회는 정말 크고 웅장했다. 다른 영국의 교회와 느낌이 비슷해서, 굳이 안으로 들어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펭귄의 존재가 무엇일까... 우리는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그 존재를 찾지 못해서 그냥 아저씨가 우스개소리로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교회를 다 둘러보고 떠나려는 순간에 짝꿍이 펭귄을 발견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펭귄 가족을 말이다. 


아저씨가 말한 펭귄의 실체는 아래 사진과 같이 펭귄 동상이었다. 이곳에 왜 펭귄 동상이 세워진 것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스코틀랜드라는 완전 북방에 위치한 나라의 도시에서 펭귄의 모습을 발견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신기하면서도 펭귄 동상은 그 와중에 참 귀여웠다. 누가 만들었는지,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이 펭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던디 시내를 벗어났다. 하이랜드까지 갈 길이 멀기에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랜드 로드트립이 우리의 여행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도시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 던디는 잘 살펴보면 볼만한 곳이 많은 도시이다. 도시 앞으로는 넓은 태이 강(River Tay)이 북해로 흘러들어가는데 이 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꽤 아름답다. 강 옆에는 산책로도 있어서 시간이 여유롭다면 이 강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블로그나 여행 후기를 보면 던디가 꽤 아기자기하면서도 매력이 가득한 도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여행객의 입장에서 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곳이지만, 영국에서 유학을 하거나 이 주변을 지나가게 된다면 한번 들러볼 만한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이렇게 던디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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