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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Feb 03. 2021

미용실에 다녀오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어. 

그런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은 잘 깨닫지 못할 때가 많아."



예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짝꿍은 영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피가 반반씩 섞여있다. 대학교까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나온 짝꿍은 영국 문화보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문화가 몸에 더 많이 배어있다. 그래서 짝꿍은 영국에 대한 이야기보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사실 영국 문화는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도미니카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에게도 더 흥미롭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다


어느 날, 짝꿍과 함께 미용실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나도 머리를 자르고, 짝꿍도 머리 손질을 했다. 우리는 깔끔하게 머리를 하고 나와서 머리 스타일에 대한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머리 이야기로 시작한 우리의 대화의 주제는 점점 넓어졌고, 결국에는 서로의 전반적인 문화 차이에 대해서까지 발전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카리브해의 수많은 섬나라 중에 하나이다. 지리적으로 중앙아메리카에 속하기 때문에 라틴 문화를 온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라틴 사람들의 가장 큰 헤어스타일의 특징은 선천적인 곱슬머리이다. 태어날 때부터 곱슬머리를 하고 태어난 탓에 그들은 생머리에 대한 동경이 있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펴달라고 많이 한다.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머리가 많다. 그리고 파마도 많이 한다. 짝꿍의 친구가 파마를 하고 나타났을 때, 친구에게 했던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예쁜 생머리를 왜 굳이 곱슬거리게 만들어?"


그렇다. 짝꿍에게는 파마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문화 충격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남을 보면서 따라하고, 그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머리를 곱슬거리게 만들고,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이 머리를 기어코 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보기에 라틴 사람들의 곱슬머리는 그 자체로 멋이고 아름답다. 반대로 라틴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머리는 동경의 대상이다. 


이렇게 우리는 다시 한 번 서로를 이해한다. 미용실을 함께 가서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로 서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음 날, 짝꿍은 언제나처럼 머리를 펴고 나는 짝꿍의 원래 머리가 예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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