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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오다.

by 방랑곰

집에 돌아온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졸리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짝꿍은 이따금씩 찾아오는 진통에 여전히 힘들어했고, 그 주기가 조금씩 짧아지고 고통의 세기도 강해졌다.


그렇게 반나절 넘게 버티던 짝꿍은 고통을 더이상 참기 힘들어했고, 다시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진통 주기도 많이 짧아졌기에 우리는 다시 병원을 찾았고 곧장 분만실로 들어갔다. 워낙 힘들어하는 짝꿍의 얼굴을 본 간호사 분들이 다시 한번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고, 이내 입원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제 38주인데... 생각보다 빨리 만나네."


내가 입원 수속을 처리하는 동안 짝꿍의 몸에는 기계 장치가 달리고, 주사액을 주입하기 위해 삽관도 했다. 이제 하늘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고, 의사선생님도 틈틈이 내려와서 점검해 주셨다. 짝꿍의 진통을 정말 자주 찾아왔는데, 생각보다 하늘이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모니터를 보고 있던 의사선생님이 내려오셨다. 그리고 뱃속에 있는 태아의 맥박이 빨라서 조금 위험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제왕절개를 적극 권유하셨다. 짝꿍에게는 어느 순간부터 미열이 계속되었는데, 그 열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자연분만만을 생각하던 우리에게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었고, 짝꿍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수술실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우리는 빠르게 결정했고, 수술을 위한 절차도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그리고 짝꿍의 베드가 수술실로 옮겨지고, 곧이어 나도 그곳에 들어갔다. 짝꿍은 긴장감에 얼굴을 창백했고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나는 짝꿍의 두 손을 잡은 채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 자체로 짝꿍은 다소 안정을 찾았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아기 꺼낼게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의사선생님의 한 마디에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몇 초 후, 아기 울음소리가 수술실에 울렸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와 짝꿍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감동과 전율을 경험했다. 빠르게 처치를 끝내고 아기가 엄마 옆으로 다가왔다. 쉬지않고 울던 하늘이가 엄마의 숨결을 느낀 것인지 그 순간 울음이 그쳤다. 그 몇 초 안되는 순간이 나에게는 마법과 같았다.


이렇게 하늘이가 세상 밖으로 나와 우리 옆으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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