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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Feb 19. 2021

사소한 차이, 이모티콘

감정 표현 방식에 대하여

짝꿍이 얼마 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다. 한국인(또는 아시아인)과 영국인(또는 유럽인)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본인은 라틴계 사람이기 때문에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중간 정도로는 것이다. 


일단 한국인과 영국인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의 모습부터 다르다. 예를 들어서 웃는 얼굴을 표현할 때 한국인은 '^^'로 표현하지만, 영국인인 ':) 또는 :D'로 표현한다. 반대로 슬픈 표정을 나타낼 때 한국인은 'TT 또는 ㅠㅠ'로, 영국인은 ':('로 표현한다. 


이 이모티콘의 사용에서 큰 차이를 보게 된다. 한국인은 감정 표현을 할 때 주로 눈만 표현하거나, 눈이 중심이 된다. 웃는 표정, 슬픈 표정 모두 눈을 나타낸 모습이다. 반대로 영국인은 얼굴 전체로 감정을 표현한다. 이모티콘에 눈과 함께 입모양도 함께 그려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별 생각없이 쓰던 이모티콘이었는데,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생각해 보니까 큰 차이가 있긴 했다. 그리고 영국에서 현지 친구들과 대화할 때 이모티콘을 이해하지 못해서 당황했던 기억도 났다. 이렇듯 모든 사람이 감정을 말로 표현할 때는 같은 말로 표현하지만, 그것을 문자로 나타냈을 때에는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이러한 문화 차이는 한국인과 영국인이 마스크 착용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 큰 역할을 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익숙해져 있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한국인은 마스크 착용에 크게 불만을 가지거나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반면 영국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인권 침해, 인간의 자유권까지 언급하면서 격렬하게 거부했다. 


이걸 감정 표현과 결부해서 생각해 본다면, 영국인은 마스크를 쓰면 입을 가리기 때문에 본인의 감정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즉, 본인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은 입을 가리더라도 눈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짝꿍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소한 이모티콘 사용 방법의 차이가 그 사회를 해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인간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그 사회를 이룬다는 말이 새삼 와닿았던 순간이다. 


짝꿍은 이제 한국인의 이모티콘을 쓴다. 하지만 짝꿍의 가족과 이야기할 때는 영국인의 이모티콘을 쓴다. 이렇게 짝꿍은 여전히 중간의 자리에 있다. 나는 짝꿍이 그 자리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한국과 영국의 문화를 모두 체득하기를 바란다. 그녀가 완전히 한국인이 되는 것도, 그렇다고 한국 문화를 완전히 배제하고 영국 문화만 따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 그대로의 짝꿍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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