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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튼 시장이야기

브라이튼 오픈 마켓

by 방랑곰

여행을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이 그 지역의 시장이다. 시장에 가면 그 지역 특유의 문화나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시장 특유의 왕성한 삶의 활기가 잘 전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장이기 때문에, 매번 여행할 때마다 시장을 찾게 된다. 오늘은 브라이튼에 있는 시장, 브라이튼 오픈 마켓(Brighton Open Market)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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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장, 하지만 다양한 것들


브라이튼 오픈 마켓은 규모로 따지면 작은 편에 속한다. 브라이튼이란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기 때문에 시장 역시도 크지 않은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서 처음 오픈 마켓에 갈 때만 해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내가 머물렀던 도시의 시장을 스쳐 지나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장에 처음 들어섰다. 하지만 인생이란 예상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브라이튼 오픈 마켓을 처음 알게 된 이후에 나는 이곳을 꽤 자주, 많이 드나들었다.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샀던 기억은 별로 없지만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브라이튼 오픈 마켓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멀리서 얼핏 보기에는 큰 컨테이너처럼 생긴 곳에 시장이 열린 것처럼 다소 투박하고 정돈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시장 안으로 한 발짝씩 내딛으면서 하나하나 살펴보면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물품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을 보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하루는 이곳에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느라 학원 수업시간에 늦을 뻔한 적도 있었고, 잠시만 둘러보고 나와야지 하고서는 문 닫을 때까지 있었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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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브라이튼 오픈 마켓을 더 자주 드나들 수 있었던 까닭은 이곳이 학원과 집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자주 들렀고, 갈 때마다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곳이 오픈 마켓이었다. 이곳에는 한국 전통시장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영국 특유의 문화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친숙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들을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이거 많이 매워요?"

"그럴걸요? 정말 매운 고추로 만들었어요."

"시식해 봐도 돼요? 한 번 맛 보고 싶은데..."


잼을 만들어서 파는 사람에게 가서 독특한 잼을 시식해 보기도 하고, 옷가게나 기념품 가게를 둘러 보기도 하고, 향신료를 파는 가게 앞을 서성이기도 했다. 하루는 멕시코에서 온 친구랑 마켓을 구경하다가 매운 소스를 팔고 있는 상점을 발견하고 자석에 이끌리듯이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주인에게 시식을 요청해서 작은 스틱에 쌀 한톨만큼 묻혀서 조심스레 시식해 보았다. 멕시코 친구는 자기네 나라도 매운 음식으로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용감하게 도전했는데, 혓바닥에 불이 난 것 같다는 후기와 함께 물 한 병을 비웠다. 그리고 5분 후, 나도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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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브라이튼 오픈 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았다. 브라이튼 오픈 마켓은 관광객들이 찾아 가는 관광 명소는 아니다. 오히려 현지인들이 많은 찾는 곳이고, 그만큼 영국 시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브라이튼을 떠난 이후로 이곳을 다시 가보진 않았는데, 이곳이 그 때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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