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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Aug 27. 2021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Singular Point 1

    

 2019년 7월, 정부 지원 프로그램 WEST에 합격하여 나는 미국으로 향했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건 참으로 좋은 일이었지만, 프로그램의 구성이 썩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연구실에서 근무를 했지만, 내게 주어진 일이라고는 코딱지만 한 일이었다. 학부생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의 수준이 얼마나 높겠냐만은 내가 기대했던 인턴생활보다 퀄리티가 낮았다. 그리고 영어를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참으로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당시에는 이렇게 미국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느니, 빨리 한국에서 학사 코스웍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더욱 올바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많은 것을 가져온지라, 사진, 엽서, 글들에 미국의 향기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런 것들을 보면 가끔 2019년으로 돌아가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만약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본 미국은 다양성의 나라다. 외부에서 바라본 자본주의의 나라는 지극히 일부분의 이야기다. 미국인 대부분은 자본주의보다는 자신의 삶에 집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답게 미국인들은 각자가 가진 가치관이 너무나도 달랐다. 배경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보는 것, 먹는 것, 노는 것도 달랐다. 그 크기가 사회가 하나로 포용할 수 없을 정도기 때문에 각자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공통된 이야기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과 대화 나누기는 어려웠지만, 각자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기 때문에 듣는 재미가 있었다. 미국은 ‘나다움’을 존중하는, 오히려 같은 의견을 갖고 있음에 의아해하는 나라였다.


 나는 분명히 주변 사람들과 다른 결이 있다. 나는 이 결을 오랫동안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하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누군가를 은연중에 깔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을 갔다 온 후, 나는 나를 어딘가 ‘특이’한 사람으로 소개하곤 했다. 내가 특이한 만큼 상대가 가진 특이점을 존중하고 드러냈다. ‘특별(特別)’과 ‘특이(特異)’는 한 자 차이인데도 내가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천지차이였다.

 나는 ‘특별’과 ‘특이’의 차이를 미국에서 발견했다. 한국은 하나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모두가 전문직을 원하고 높은 명함 값을 가진 회사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경제력, 집안 배경, 외모 등을 위계서열을 갖는다. 이 가치관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다면 “왜?”라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높은 학력을 가지고도 이 루트에서 벗어난 행동(ex. 창업)을 한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도 “왜?”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자식에게도 ‘기왕이면’ 기존 가치관을 가르친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왜?

 반면, 미국은 그런 것들이 one of them이다. 중요한 요소일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경향성을 가질 뿐, 몇 가지 조건으로 사람을 나누는 행위는 하지는 않는다.(물론, 최고위급은 다른 문제긴 하다.) 이는 입시에서 두드러지는데, SKY(혹은 SKP) 학생이면 다른 학교 입시는 모두 Accept을 받을 수 있는 한국 입시 구조와는 달리, HYP(Harvard, Yale, Princeton) 학생들이라고 모든 학교에 Accept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각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리더십, 팀워크, 학습 수준, 봉사)이 있으며 계량화하지 못하는 것들도 들춰서 학생들을 선발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미국은 내 가치관에 큰 변화를 준 경험인 것은 사실이다. 만약 내가 미국을 경험하지 못한 채로 사회에 진출했다면, 나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아집을 굽히지 않는 트러블 메이커,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던져버린 속이 텅 빈 사회 구성원 1. 가정이지만, 그랬을 나를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미국에 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리고 어렵사리 간 미국에서의 생활조차 100% 만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나를 좀 더 유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줬음을 상기해보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미국 문화를 모든 문화가 섞인 ‘멜팅팟’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는 관점의 차이다. 멜팅팟은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고 다양성은 구성원 각각의 특성을 살폈을 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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