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에 젖을 것인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오늘과 내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쪽에서 뜨는 해는 서쪽으로 향하며, 오늘의 날씨는 어제의 날씨에 비해 조금은 따뜻할 뿐이다. 우리는 하루, 이틀을 가지고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오랫동안 옷장에 박아두던 겨울 옷을 주섬주섬 꺼내며, 팥빙수가 아닌 호떡을 찾는다. 그렇다. 시간은 흐르며, 세상은 변한다.
이는 비단 날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성장하듯이, 세상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한다. 전에는 묵인되던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친한 친구들과도 소셜 미디어로 소통을 한다. 이 또한 변화의 과정이다. 다가올 2030년에는 또 다른 생활양식이 나타나고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보통은 기득권에게는 위기로, 신진세력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모든 신진세력이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정말 극히 일부만이 이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은 요즘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어느 때보다 생활양식의 변화가 급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수업 방식으로 학기가 진행되고 있다. 동아리 활동도 여의치 않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환경 속에 내몰려 있다. 분명히 전과 비교하면 조금은 우중충하고 활기가 없는 캠퍼스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순응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친구도 있는 반면, 변화를 활용하는 친구도 있다.
A라는 친구는 비대면 강의라는 점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수업을 적게 수강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19 동안 학점을 벌어놓을 요량으로 보다 많은 수업을 듣는 상황에서 조금은 의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친구 A는 수강신청과 동시에 인턴 서류도 같이 내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업계 No.1 대기업에서 6개월가량 인턴을 할 수 있었다. 조금은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꾸역꾸역 해내 얻은 보상은 상당했다. 6개월이 지난 후, 그는 학과 학기를 무사히 수료했을 뿐만 아니라 적은 학점으로 높은 평점을 받아 장학금을 수령했고 인턴으로 실무적인 감각도 쌓았다. 이는 그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다음 스텝을 수월하게 밟아갈 수 있었다. 많은 이에게 코로나 19는 재앙이었지만, 그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던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바꾼 역사전인 팬데믹이지만, 시계열을 길게 나열해보면 코로나와 같은 변화는 수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10년 전에 막 스마트폰을 구매했으며, 20년 전에는 뚱뚱한 브라운관 TV로 드라마를 보곤 했다.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적인 테마를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학교에서도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학과 1등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입사하는 세상은 끝났다. 이제 한국의 인재들은 실리콘밸리와 겨루며, 월스트리트와 소통한다.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본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IMF를 겪었던 이전 세대와는 다르며, 안정을 추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에 확신만 있다면, 삼성전자가 줄 수 있는 효용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개척할 필요도 없다. 3N(Nexon, Netmarble, NC), kakao, Naver와 같은 선배들이 닦아놓은 인프라와 사회자본이 지천에 널려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서도 유니콘을 꿈꾸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세상은 변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기회가 있다. 경력자는 신입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그렇기에 같은 커리큘럼을 따른 신입이 경력자를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경력자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은 10년 전의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만져 본 경력자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대학생은 달라도 무언가 다를 것이다. 하물며, 가장 전통적인 공학인 기계공학과에서도 인공지능 강의가 열리는 판국에, 신입이 학교에서 배운 것은 모르긴 몰라도 조금은 달라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운동장에서 자신만의 무기로 상대와 겨뤄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 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타성에 젖을 것인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 매스컴이 주목하는 '공시족'과는 다른 학생들이다. 이들은 어느 누구보다 진취적이며, 자기 확신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