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이 말해주는 것

감추어진 진실 안으로 나아가는 그리스도인

by 노에시스
요한복음 15:18~27[200주년 신약성서]
15:18 세상이 여러분을 미워하거든 여러분에 앞서 나를 미워했다는 것을 알아 두시오.
15:19 만약 여러분이 세상에 속해 있다면 세상은 자기 사람이라고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여러분을 세상에서 택했으니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이 여러분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미움이 우리에게 말을 건낼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전해 줍니다. 미움이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면 사실은 미움이 아니라 어긋난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자신의 고집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필사의 저항으로써 미움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 때로 미움은 상대의 관심을 빼앗는 간교한 술수로도 사용됩니다. 미움을 걷어내면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이 숨 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움과 마주하고, 그 미움이 말하는 진실을 들어야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미움받기 싫어서 침묵하고 할 수 없는 부당한 요구에도 종종 동의해 버리기도 합니다. 미움을 걷어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움 받을 용기가 없다면, 원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난 후에야 뒤늦게 자신을 자책하고 자신의 무책임한 태도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실망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자신과 상황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순간조차 얻을 수 없습니다.



구약에서는 이스라엘이 자연재해나 이방 나라의 수탈을 견디지 못해 하나님을 배반하고 우상을 숭배하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났습니다. 이때 우상숭배는 집단 단위로 행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이웃은 집단 안에서 미움 받고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공유하는 식량 창고를 사용할 수 없다든지, 도리어 제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자들은 타협해야만 하기도 했고, 아예 신앙의 길에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신앙을 지키는 일은 우리를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미움 앞에 세우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미움 가득한 시선 앞에 예수님은 서셨습니다. 앞에서 묵상했던 요한복음의 내용을 보면, 거짓된 신앙을 가진 유대인들이 예수의 말을 부정했고 모함하고 죽이려고 했습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자들도 예수님이 정말 누구이신지,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해서 예수님은 재차 반복해서 가르치셔야 했습니다. 척박한 길을 홀로 걷는 예수님의 외로움은 아마 그 누구도 쉽게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미움도 예수님을 덮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미움을 걷어내십니다. 가장 절망스러운 죽음 앞에서 예수님은 온몸으로 사랑을 노래하셨습니다. 미움으로 뒤덮인 그 속에는, 결핍된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있음을 알아보시고 예수님이 사랑 그 자체가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미움을 온몸으로 받아내시면서 하나님이 예수님 안에, 예수님이 하나님 안으로, 사랑의 일치 속에서 고독한 길을 기쁘게 걸어가셨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절망과 미움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예수님을 향하던 미움으로 가득했던 시선이 지금도 여전한 듯 합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한국교회는 비윤리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해서 미움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 안에서 일치를 이루어야 할 교회는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미움 받기가 겁이 나서, 또 이런 교회에 실망해서 많은 성도가 이미 교회를 떠나가고 있습니다. 이단 사이비 집단들은 미움받는 영광을 자처하기라도 하듯이 더 왕성하게 포교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단과 다를 바 없는 ‘기독교 사이비’ 지도자들은 어처구니없는 양산형 복음을 지어내고 진실을 호도합니다. 너무나 절망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주님 주시는 용기를 통해 미움과 마주하고 감추어진 진실 안으로 깊이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지금은 다 알 수 없어도 주를 따라 걷다 보면 주님께서 지혜를 주시고, 우리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분명히 동행하시고 도우시는 은혜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