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을 너머 한복판에서 사랑을 외치는 공동체
요한복음 17:20-26[200주년 신약성서]
20 저는 그들을 위해서만 청하지 않고, 그들의 말로 말미암아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청합니다.
21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저 또한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 또한 우리 안에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파견하신 것을 세상이 믿게 하소서.
22 저는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영광을 그들에게 주었으니, 그것은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23 제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십니다. 이는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도록 하려는 것이고, 아버지께서 저를 파견하신 사실과 또한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들을 사랑하신 사실을 세상이 알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24 아버지, 원하옵건대 제가 있는 곳에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그들 또한 저와 함께 있게 하시고, 아버지께서 세상 창조 이전부터 저를 사랑하셨기에 제게 주신 저의 영광을 그들이 보게 하여 주소서.
25 의로우신 아버지, 세상은 아버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버지를 알았고 이들 또한 아버지께서 저를 파견하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6 저는 그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 주었고 (앞으로도) 알려 줄 것입니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게 하고 저 또한 그들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랑 안에 하나가 되고 싶어 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 연인의 사랑, 스승과 제자의 사랑, 친구나 동료 간의 사랑 등. 누군가 명령하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가 배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랑 안으로 인간은 자연히 이끌립니다.
이러한 인간은 또한 자연과 하나가 되게 하는 열망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자연은 어미의 품처럼 인간을 길러주고 살게 합니다. 그래서 같은 땅을 딛고 사는 우리 인간은 모두가 한 어미의 품에 사는 생명들입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을 보호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가꾸자는 표어는 누가 말한다고 한들 낯선 내용이 아닙니다.
이 열망은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허무는 힘을 만들어 냅니다. 낯선 행인의 순수한 친절과 배려는 경계를 허물고 웃음을 자아내게도 합니다. 생소한 이야기 속 인물에게 매료되어 내 생각과 감정이 이입되기도 하고, 다른 이의 감정이 내 삶에 여러 의미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우리를 하나로 이끄는 힘, 어떤 강렬한 열망이 날마다 이끌고 있습니다. 저는 우주 만물을 하나 되게 하는 열망 안에서 하나님을 느낍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 힘을 완전하게 사용하지 못해서 곳곳에 분열을 일으킵니다. 분열과 폭력의 도구들이 만들어져서, 상대에게 얼어붙은 돌덩이 같은 차가운 촉감을 느끼게 하고, 쇠붙이끼리 충돌하여 생기는 날카로운 굉음이 하나 되게 하는 열망을 좌절시킵니다.
예수님은 당하실 수난을 앞두고 기도하셨습니다. 이미 예수님은 제자들이 세상으로부터 자신과 똑같이 미움 당할 거란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들을 위해, 주를 따르는 공동체를 위해 하나가 되게 하는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으셨습니다.
예수님이 염려하셨던 건, 제자들이 미움의 벽에 막혀 고립된 공동체를 이룰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건 그런 공동체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의로우신 참 하나님을 자신을 통해 세상에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분명하게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사랑과 정의가 무엇인지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고 몸소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셨던 것처럼, 세상의 그릇되고 왜곡된 가치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예수님이 보여주신 말씀과 사랑을 증언하는 일에 가담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주님의 일치를 이루고 자 하는 열망은 결코 자기 내면 안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과 사랑 안에 이루신 일치는 다시 제자들에게로, 다시 제자들을 통해 세상 속 미움의 한복판으로 흘러 들어가기를 원하셨습니다. 주님이 원하는 제자의 참모습과 공동체는, 미움으로 분열된 세상을 다시 사랑 안에 하나가 되게 하는 열망으로 이끄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말씀 앞에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제가 속한 공동체에서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면 엮기는 게 싫어서 문제에 직면하지 않고 빠져나오기를 급급했던 건 아니었는지, 그리고 사랑하기를 원하지만 섞여들어 갈 생각이 없는 완곡한 마음은 아니었는지, 정말 주님이 원하시는 사랑 안에 하나가 되는 열망이 제게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주님.
제 안에서 사랑이 온전해질 수 있도록 도우소서.
그 사랑이 세상의 한복판으로 흐르게 하소서.
분열과 갈등이 난무하는 이 세상 속에서,
세상에 사랑을 외치는 공동체의 일원이될 수 있도록,
제게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