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소설,「심판」의 K와 예수를 관통하는 부조리
요한복음 8:31~47[우리말 성경]
8:47 하나님께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 너희가 듣지 않는 까닭은 너희가 하나님께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미완결 소설 『심판』은 권력의 부조리로 인해 개인이 어떻게 짓밟히고 망가지는지를 보여 줍니다. 소설에서 “K”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어느 날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K의 죄명이 무엇인지, 누가 그를 고발했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의 억울한 상황 앞에 주변인들의 태도는 자기 주변을 얼쩡거리는 파리를 쫓듯 대할 뿐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면 그 누구라도 나서서 소송을 당장 취하하도록 법원에 강력히 요구할 법도 한데, K와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대화는 주된 맥락에서 벗어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무의미하게 끝나 버립니다.
K의 주변인들이야말로 사회 부조리를 생산해 내는 근원적인 존재들 같았습니다. 뚜렷한 혐의나 일어난 사건이 없는데도 여기에 동조해서 거짓된 재판을 진행 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은 K가 아니라 주변인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K는 권력의 부조리에 무기력한 태도를 보입니다. 고구마 백 개가 입에 들어간 느낌인데, 곱씹어 보면 거기에서 잔혹한 사회의 피 맛이 나는 듯합니다.
저는 말씀 본문에서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무리가 소설 속의 주변인들 태도와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자신들이 율법에 매여 종노릇을 하고 있는데, 종이 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2) 그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이라고 말하는데, 아브라함처럼 살지 않고 있습니다.
3) 자신들이 오직 아버지 한 분을 믿는다고 말하는데, 한 분 하나님에게서 온 예수님을 알아보지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예수님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거짓된 대답으로 일관하다가 무의미한 대화를 양산하는 자들이었던 것입니다.
44절, 너희는 너희 아비인 마귀에게 속해 있고 너희는 너희 아비가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한다. 그는 처음부터 살인자였다. 또 그 안에 진리가 없기 때문에 진리 안에 서지 못한다. 그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자기 본성을 드러낸다.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이며 거짓의 아비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그들의 태도에 분노하셨습니다. “마귀가 네 아비여서 그렇다.”라고 무서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xxxx 같은 요ㄱ이...아닙니다
결국 소설의 주인공 K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죽음은 독자에게 부조리한 사회에 연대와 참여를 촉구합니다. 그리고 말씀 속 예수의 십자가 사건도 우리에게 주변인이 되지 말고, 바로 너 자신이 하나님께 속한 자가 되어 참되고 의로운 신앙인의 삶으로 살아가라고, 십자가의 도를 따라 걷게 하십니다.
나는 하나님께 속한 자인가?
오늘 묵상에서 이 물음이 제 가슴 깊은 곳을 찌릅니다.
생존과 자기 변명을 위해, 때론 나의 이익과 안위를 위해, 타인의 삶에 대해 원하는 대로 결론 내거나 통제하기 위해,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나의 숨은 태도를 고수하기 위해, 실상 마귀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살아가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주를 따라 궁극에 이르는 진리와 자유에 도달하기를, 조금 늦더라도 그곳을 향해 나아가갈 수 있는 능력을 주실 주님을 신뢰하며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