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잃어버린 매트를 찾아서

서막

by 노에시스



나는 내 택시 운전석의 매트를 잃어버렸다. 누군가 짚어 간 거 같다. 그게 바람에 둥둥 떠 날려갈 일은 없으니. 사실 이건 엄연히 따지면 내 잘못이긴 하다. LPG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매트 세척기에 돌려놓고서 챙기지 않고 떠났으니까 말이다. 열두 시간이나 지났으니, 잃어버려도 나는 사실 여기에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는 게 맞다.


나는 매트를 찾으러 그것을 잃어버렸던 장소로 다시 돌아갔다. OOO LPG 주유소 뒤편은 공용차고지로 꽤 넓다. 깊은 구석에는 재활용품과 버리기 아까운 물품이 담긴 창고가 있고, 두툼한 공업용 비닐을 둘러서 바람을 막아주는 정자와 커피와 음료 자판기가 같은 것들이 놓여 있다. 병풍처럼 푸른 풀밭이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크기가 다른 모과나무가 소나무가 듬성듬성 심겨있어서, 은근한 아늑함을 자아낸다. 평소에 이곳은 주유하고 세차하는 곳이면서 사치를 부리는 곳이기도 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로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앉아 느린 숨을 쉬니.


휴. 온 곳을 샅샅이 다 뒤져보아도 그 녀석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좌석 매트는 다 껴놨는데 도대체 왜 그것만 빼먹은 거지? 이 칠칠치 못한 녀석아, 네 발판은 네가 잘 지켰었어야지. 정신 못 차려?’ 호되게 나를 나무라다가도,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내가 나를 다시 어르고 달랬다.

부지런 떤다고 영업을 끝내자마자 노곤한 택시의 몸뚱이를 닦아냈는데, 그 노력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일요일, 이른 오후의 나른함이 눈치 없이 나를 덮쳐왔다. 주유소의 공터를 막 헤매니까 내 다리가 욱신거리는 게, 생각 좀 하고 움직이라고 다그치는 것 같았다.


그래, 하나 사. 이렇게 간단한 것을. 뭐라고? 너 돈 많아? 잃어버렸는데 그럼 어떻게 해? 다른 방법을 찾아내라고! 그게 말처럼 쉽냐! 뭐라고? 시비가 붙은 성난 운전자들의 격한 언성이 내 안에서 쩌렁쩌렁 울려대는 것 같았다. 운전대 쥐고 방어 운전했던 것처럼 말이야, 조심스럽게 그리고 차분히 그때 조금만 꼼꼼히 살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럼 하루가 이렇게 부산하지 않았을 거야. 무슨 소리야? 잃어버려놓고 반성만 하고 있으면 뾰족한 수가 생겨? 빨리 더 구석구석 찾아보기나 해. 뭐라고? 모두 그만! 경찰이라도 부를까. 그래야만 조용히 하겠어?


공영 차고지에는 영업을 준비하는 택시 기사님들의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메워져 있었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반나절 쉬지 않고 달리다가 온 사람같이 숨이 가빠왔다. 공터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던 내게 피곤도 밀려왔다. 피곤이 금세 다른 피곤들을 불러왔다. 산 짐승의 사나운 눈처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매섭게 나를 노려보던 불빛들이, 곳곳에서 울려대던 경적과 구급차의 위독한 몸짓이, 그리고 살벌하게 힘주어 무한히 그어대는 도로 위 뫼비우스 띠 같은 장면들이 캠페인 경고처럼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러다가 문뜩 휘몰아치는 충격과 더불어, 택시의 피부처럼 반들거리는 새하얀 감정에 사로잡혔는데, 엉뚱한 생각이었지만 목적은 명료했다. 글을 쓰자는 거였다.


내 발밑을 성실히 지탱해 온 매트를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릴 줄 알았나. 바닥의 걸쇠에 걸어주면 안정적으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오갈 수 있게 묵묵히 제 역할을 해온 그 녀석을. 그걸 잃어버렸을 때 나는 느꼈다. 미터기로 정직하게 쌓아온 요금만큼이나 택시 안에서 온종일 감각으로 담아두었던 경험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게 될 두려움을 막연하게나마 느낀 것이었다.


예상하고 매트를 잃어버렸던 게 아니라고, 이 말이 내 머릿속에서 길을 잃고서 방황했다. 실종된 매트는 서막에 불과하다. 내 안에서 울려댔던 말들은 재조립해 보면 전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모든 건 잃기 전에 노력해야 한다. 나처럼 온종일 앉아 있는 사람에게 건강도 잃기 전에 챙겨야만 하고. 그래서 좀 전에 내 다리가 잔소리해 댄 거였다. 세월아 네월아, 돈이야 얼른 쌓였으면 해서 시간을 빠르게 넘겨 보내고 싶지만, 그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고. 놓치면 안 되는 것들, 지금 해야 하고 지켜내야 할 것들 말이다. 나는 그것이 ‘매트’라는 외래어 안에 기묘하게 덧입혀져 있다고 느껴졌다. 아니, 매트가 남긴 말이었다.

나는 매트를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다른 걸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오로지 남의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갓 뺀 고무 덩어리도 아니다. 미끄러지지 않게 삶을 탄탄히 지탱해 주는 것, 내가 묻힌 흙먼지로 내 존재의 각인이 떠 있는 바로 그것이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운동화가 마구 미끄러지며 상실감을 토할 때, 매트는 어느덧 기나긴 여정을 떠날 내 손님이 되었다. 불쑥 내 택시에 탄 낯선 손님, 손님의 목적지가 나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목적지가 잃어버...린 매트...를? 찾아서(어떤 가게 이름인가 보다) 맞으시죠?”

“네. 맞아요. 기사님, 내비대로 가주시면 돼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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