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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Jul 02. 2021

초예측 - 세계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초예측』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 석학 8인에게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내가 이 책에서 특히 주목했던 부분은 8장 “핵 없는 동북아는 가능한가?”였다. 클린턴 행정부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윌리엄 페리의 인터뷰로 그는 동북아의 핵을 이야기했지만 그 안에는 북한과 우리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을 제3 자라고 생각했던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것이 새로웠다.


  20대 시절 해외여행을 할 때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전쟁이 날까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었다. 사실 정말 전쟁이 날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뉴스에서 북한이 미사일 쏘았다는 소식은 연례행사로 생각했었다. 살면서 정말 전쟁이 날 것 같다고 느낀 적은 2~3번 정도인데 그 한 번이 윌리엄 페리가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1994)를 성사시킨 시점인 것 같다. 그는 책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북한은 비핵화에 합의한다고 해도 또다시 철회할 것입니다. 성공의 열쇠는 핵 억지력 외에 북한 체제의 존속을 보장해줄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북한은 국제적 지위 추락과 경제 몰락을 감내하며 핵억지력(열핵 폭탄, 탄도미사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핵무기 체계)의 주요 부분을 완성했다고 한다. 북한의 속사정은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핵에 집착하나 싶었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닌 1~2학년까지 공산당과 빨갱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자랐고. 그 명칭이 초등학교로 바뀐 후로는 통일 관련 포스터를 그리거나 글짓기를 하며 북한에 대해 배웠다. 외조부모 일가는 피난민이셨기 때문에 당연히 통일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통일은 남한이 북한을 원조하는 흡수통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머리가 큰 이후로는 많은 비용을 들여 ‘굳이 통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는 동안 소들은 판문점을 넘어 북한으로 갔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개발되었다 사라졌으며 극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코로나19와 함께 한반도에는 또 냉담한 상황이 찾아왔다.


  윌리엄 페리는 북한은 “체제 유지”를 원하고 안전을 보장받으며 경제적 혜택을 얻고 핵보유국에 맞는 국제 관계 재구축에 힘쓸 것이라 말한다. 그 협상의 도구가 핵인 것이다.


  그렇기에 북한이 핵을 만들었어야 했구나 이해되었다. 그래서 윌리엄 페리는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존속을 보장해줄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야 하고 그들의 체제를 전복시킬 의도가 없다는 믿음을 주는 ‘정신적 합의’가 중요하다 말한다.


 윌리엄 페리에게 트럼프가 2-3일 만에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도발한 것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하며 실제 전쟁이 일어난다면 희생양이 되는 쪽은 한국이고, 한국이 원하지 않는 전쟁은 미국이 시작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의 말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과연 한반도의 미래가 ‘누구’의 결정 위에 있는 것인지 묘한 반발심과 위기감이 들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도발적 행동은 과연 무엇을 향한 메시지인가? 싶었다. 실제 전쟁을 경험한 조부모 세대와 함께 자란 나의 무의식에는 한반도의 희생이 가장 클 것임을 이미 알고 있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우리는 지금이 휴전 상태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1장에서 유발 하라리는 “핵무기”를 사용하면 인류는 자멸하기 때문에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윌리엄 페리와 마찬가지로 핵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전쟁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 그러나 윌리엄 페리는 북한과 전쟁 직전의 상황이 있었다고 말하며 우발적 핵전쟁은 언제든 가능하고 특히 인간의 실수인 오보로 인하여 그럴 수 있다 하였다. 정치인들은 이 우발적 핵전쟁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윌리엄 페리는 정치적인 활동보다 대중이 핵의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하였다.


  나는 『초예측』의 책장을 덮고 북한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이에게 묻는다? 북한을 아느냐고?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 아이가 5살이던 2018년, 판문점에서 악수를 하는 남북정상 보고 함께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북한을 알지 못하는 아이도 몸과 마음에 한민족이란 유전자가 남아있지 않을까? 이번 주는 아이와 도서관에 가서 북한에 대한 책을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동북아의 핵,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임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초예측』을 읽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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