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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Jul 20. 2021

내 인생의 노래 한곡

그때나 이때나 나를 위로한 노래 한곡

 정말 미칠 노릇이다. 네 아이들과 가정보육 3일 차, 단단히 마음먹었지만 지치는 건 순간이다. 코로나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금요일 첫째 아이는 학교에 있는 교과서를 모두 챙겨 왔고 등교는 중지되었다. 둘째도 당분간 가정보육을 결정했다. 셋째는 3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난 가득 한 남자아이인데 이 녀석만 있다가 없어도 집이 조용하다. 쉼 호흡을 크게 하고 2주 후에 보낸다고 하였다. 우리 집 사정은 아는 원장님은 너무 힘들면 며칠 보내라고 하셨지만 말씀만 감사하다. 코로나가 말썽 부리는 녀석을 피해 가나? 힘들다고 누구 하나 차등을 둘 수는 없었다. 막둥이 넷째는 생후 6개월, 항상 나와 함께 하는 원조 가정 보육녀이다. 이렇게 코로나 시대, 4번째 가정보육이 시작되었다.


  가정보육 1일 차, 남편은 출근한다. 평소와 달리 아이들을 등원시키지 않고 혼자 가는 모습이 여유롭다. 첫째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야무진 녀석이 혼자 할 만도 한데 요구사항이 많다. 급한 마음에 하나씩 챙겨주니 내 일을 자기가 기꺼이 해주는 것처럼 당당하다. 주객전도가 따로 없다.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 둘째와 셋째는 만화를 틀어 주고 꼼짝 말라고 했다. 이 아이들이야말로 격리 중이다. 넷째는 눈만 뻐끔이며 온종일 아기띠에 매달려있다.


가정보육 2일 차, 오전 학교 수업에 이어 오후에는 90분짜리 온라인 영어수업이 더해졌다. 숙제와 준비물에 할 일은 늘고 종일 TV만 보는 둘째와 셋째는 짠하다. 언니 오빠들이 없던 시간에 쉬던 넷째도 소란함에 힘들어한다. 온종일 애를 안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물 한 모금 편하게 못 먹고 애들 끼니와 간식을 챙겨 나르고 줄줄이 나오는 설거지도 다. 오전에 잠깐씩 가던 학교에서 이렇게 많은  하고 있었다니 감사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싶었다. 평소 퇴근하며 영어수업을 마치는 첫째를 데려오던 신랑은 아이를 데려와야 할 이유가 없으니 여유롭게 평소보다 늦었다. 고작 30분이지만 온종일 아이들과 있는 나에게는 3시간보다 긴 시간이다.


그렇게 셋째 날이 되었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장난감 칼을 하나씩 잡고 놀았다. 셋째가 자꾸 애꿎은 것을 휘둘러 안전한 장난감을 마련하자는 남편의 말에 산 것인데 찰떡같이 네 개가 한 세트다. 배고픈 넷째 아이의 분유를 타는 동안 아이들은 신나게도 논다.


“얍얍, 내 칼을 받아라”


야단법석이던  둘째 아이가 큰소리를 냈다.


“하지 마~~ 엄마, 언니가 얼굴에 칼 휘둘렀....”


둘째 아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첫째가 우는 아이 얼굴에 또 칼을 휘두른다.


“으아~~~~ 엄마~~”


둘째는 울음이 터져 버렸고 3일간 꾹 참은 나도 터져버렸다.


“그만 좀 하라고 제발!!!!”


장난감 칼을 빼앗긴 녀석들은 모두 2층 장난감 방으로 쫓겨났다. 품 안에 꼼지락 거리는 넷째 아이만 남았다. 고얀 놈들... 얼빠진 정신과 마음 달래려고 노래를 틀었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


깊은 한숨이 나온다. 뭘 안다고 해맑게 는 넷째를 보니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고단함과 서러움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지는 눈물이 신기한지 아이는 살며시 내 얼굴을 만진다.


18살,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 도서부원이라 마감을 돕는다며 종종 도서관으로 피신을 갔다. 21시 50분 도서관 문을 닫을 때면 선생님은 스피커로 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았다. 자주색 교복을 입고 교정을 걷던 그때는 몰랐지.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이런  줄은 몰랐지.


버럭 성질을 내고 나니 아이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자기들끼리 신나게 놀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내려와 배시시 웃으며 나를 살핀다. 이제는 안 싸우겠다고 하니 또 믿어봐야지. 믿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도 없다.


18살 소녀가 37살 아줌마에게 위로를 보낸다.

이번 곡은 가을 우체국 앞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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