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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Aug 12. 2021

엄마가 화났다_그림책 서평

엄마가 몰래 보는 아이 책#3.시원하게 화 한판 풀고 가세요.

 오늘  소리 한번 지르며 시작하고 싶었다.  

'코로나 신규 감염 2,223명 최대 규모 확진'.

아이들과 집에 있은지 5주, 신발은 언제 신어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SNS에 굳이 올리는 사람없는 곳을 찾아 눈치게임에 성공이라 누군가 휴가 사진은 시샘의 칼이 되어  마음을 공격했다. 이리 버텼는데... 끝이 안 보인다. 똑같이 버텨야하는  하루가 시작되었으니 소리 한번 지르고 시작하겠다. 으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나니 생각나는 책이 있다. [엄마가 화났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 아이가 어린이집 시장놀이에서 200원에 사 온 책이다.  이쯤의 계절이였다.

   표지에 그림자만 나온 엄마는 화가  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한 올 한 올 머리카락 끝까지 화가 보인다. 애가 어땠길래 저렇게 화가 났을까. 아이는 화  엄마를 보고 있다. 그림자도 무서운데 실제 엄마 얼굴은 어떨까? 겁의 질린 아이의 시선의 끝에 내가 있다. 바로 내가 그 화내는 엄마이다. 

  

  짜장 괴물 흉내를 내며  먹는지 노는지 모를 주인공 아이의 주변은 처참하다. 물론 엄마의 시선이다. 떨어진 음식들이 가득한 식탁과 온몸에 짜장을 묻힌 아이는 놀기 바쁘다. 나는 이 상황이 동화라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아이는 나고 짜장이 묻은 얼굴을 씻으러 간다. 근데 씻기는커녕 비누로 거품나라 놀이를 시작한다. 혼나고도 장난이니 엄마는 화가 나고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질까봐 걱정이다.


   겨우 씻고 나와 새 옷을 입은 아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것저것 그리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종이가 작아서 온 벽과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나의 추론은 엄마는 짜장을 먹던 식탁과 거품으로 난장판이 된 욕실을 치우느라 이 난리를 못 막았을 것이다. 식탁, 욕실, 벽지에 낙서까지... 아이의 장난은 삼진 아웃이고, 엄마 입에서 불 같은 화가 나온다. 

 화마와 같은 화가 지나가고 이야기는 아이의 시각으로 바뀐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손발이 떨리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한다. 엄마는 화를 한바탕 내고 정신을 차리니 아이가 사라졌다. 멍한 표정의 엄마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아이를 찾아 나선다.


   짜장나라에 도착하여 만난 국수 아이 후루룩은 엄마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힘든 길을 지나 거품나라에 도착하니 부글이가 있다.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지를 때마다 거품이 툭툭 터져 버리며 자기가 작아진다고 한다.

   가파른 절벽을 기어올라 물감나라로 가서 애타게 아이를 불러 만난 얼룩이는 엄마가 너무 좋은데 엄마는 나 때문에 못살겠다 말한다고 한다. 

  엄마는 대체 찾지 못한 아이를 울며 부르다 정신을 차리니 아이가 뾰로롱 나타나며 이야기는 끝이난다. 

"또 시작이다, 또! 제발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좀 먹어."
"이게 다 뭐야! 목욕탕에서 놀다 넘어지면 큰일 난다고 했어. 안 했어!"
"이제 집이야 돼지우리야!!!"   

   눈물샘을 자극하는 뻔한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읽는 자체로 스트레스가 풀린. 엄마가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부분너무 익숙해서 심드렁 하니 읽다가도 몰입이 된다. 얼마나 실감나게 읽는지 듣는 내내 아이들은 웃음보가 터진다. 너무 익숙한가 보다. 특히나 주인공의 이름이 우리집 셋째와 같아서 “산아 산아!!!" 하며 화내는 부분에서는 누나들은 뒤로 넘어가게 웃 당사자인 세 살 아이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는  참고 아이한테 내지 못한 화를 책에 풀 수 있다. 화난 말이 꽂히는 곳은  속이라서 아무리 화를 내도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아이들은 책 속에서 엄마 모습을 발견하고 말썽을 부리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며 민망한 웃음을 짓는다.


    아이가 사라지고 나서는 전세가 바뀐다. 순간을 참지 못해 아이를 내려다보며 소리 지를 때  저랬었구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짜장  흘렸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닌데... 그 순간을 참아 넘기기가 어렵다. 요새는 첫째 아이가 나보다 훌쩍 커서 나를 내려다보며 '엄마 그때 나한테 그랬지'하고 따져 묻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우리집도 곧 전세가 바뀔 것이다.


  이야기의 끝은 돌아온 아이를 꼭 안고 사랑하고 미안하다 한다. 백 마디의 말보다 서로의 체온이 솔직할때가 있다. 나도 크게 너그럽지 못하여 끝까지 인내하고 참는 엄마는 되지 못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위험과 책임의 경계를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훈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 다만 화가 화를 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들끼리 싸우다 내는 아이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 때는 더욱 그렇다. 


  오늘은 아이들에 대한 화는 아니지만  책을 더 큰소리로 읽고 화를 풀고 가야겠다. 엄마가 화났다.     


<엄마가 화났다> 최숙희, 책읽는 곰(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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