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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Oct 06. 2021

마틸다_반짝거리는 우리의 영웅

엄마가 몰래보는 아이 책 #5.  사랑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소녀


  ‘마틸다’는 인터넷 맘 카페의 추천 도서로 눈여겨 두었던 책이다. 책의 평점도 엄마들의 반응도 훌륭하다, 특히 ‘그림책을 위주로 읽던 아이가 글씨가 많은 책으로 넘어가는데 큰 재미를 주는 책’이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최근 들어 만화로 된 책을 자주 찾는 솔방울이를 위해 도서관에서 빌려 왔는데 실제로 보니 두껍고 글씨가 많아서 아직 어려워 보였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다들 추천일까? 찾아보니 몇 년 전 흥행한 뮤지컬 ‘마틸다’와 같은 작품이다. 오래되었지만 영화도 있어서 아이의 흥미를 끌어보려고 예고편을 함께 보았다. 도톰한 책 마틸다를 읽다 말다, 거실 식탁에 올려둔 채 며칠을 었다.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며 솔방울이 말을 걸었다.    


  “책에서 마틸다 엄마는 엄청 뚱뚱하다고 했는데    영화에서는 왜 이렇게 말랐어?”

  “뭐야? 너 안 읽는다며 언제 봤어?”

  “읽은 건 아니고 책 뒤에 등장인물 소개가 나와 있길래.”    


   뒤표지를 보니 정말 등장인물 소개가 있었다. 또 하루가 지나자 솔방울은 한동안 식탁에 기대서 책을 보더니 나에게 결말을 말해주고 휘르륵 가버렸다.     


“박 솔방울! 결말을 말하면 어떻게 해  !!”    


 또 다음날인 토요일이 되자 궁금해서 못 참겠다며 들판이의 낮잠시간 동안 책을 잡고 설렁설렁 읽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같이 잠들었다 깬 부스스한 나에게 결정적 장면 두 가지를 말해주고 도망을 갔다. 짓궂은 녀석!


   두꺼운 책을 읽었다는 것이 기특했다. 호기심을 끌려고 눈앞에 걸리적거리게 책을 둔 것도 좋은 미끼였다. 그래도 나보다 빨리 읽을 줄이야! 결말을 알아 버리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알려준 결말이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여서 궁금함에 나도 자리를 잡고 책을 읽었다.     


  영국 작은 마을에 사는 마틸다는 아빠, 엄마, 오빠와 산다. 고작 다섯 살이지만 어려운 책도 척척 읽고 어려운 암산도 술술 해내는 비범한 소녀이다. 아빠는 거짓말로 돈을 버는 중고차 사업가이다. 마틸다에게 관심도 없고 못마땅해한다. 책은 절대 보지 말라며 TV만 보라고 한다. 마틸다의 엄마는 빙고놀이에 정신이 팔려 마틸다를 혼자 두고 나가는데 그 시간 마틸다는 몰래 나와 도서관으로 간다. 학교에 입학 한 마틸다는 사랑이 가득한 하니 선생님을 만나고 그녀는 비범한 마틸다의 능력을 단숨에 알아본다. 그리고 공포의 대상인 큰 덩치의 폭군, 사나운 트렌치불 교장 선생님도  있다. 참고로 여자 선생님이시다.     


  책을 읽으며 마틸다에 대한 나의 마음은 동정과 짠함, 짓궂은 악동, 반짝거리며 사랑스러운 나의 영웅으로 변한다.


가족들은 마틸다의 영특함은 모르고 무심하며 귀찮아한다. 책 같은 것은 인생에 필요 없고 식사는 모두가 TV 앞에서 먹어야 한다. 작고 어린 마틸다가 안쓰럽지만 이야기가 흐를수록 그 마음은 사라진다. 마틸다는 아빠의 구박에 굴하지 않고 접착제 소동, 유령 소동, 머리 염색 소동을 벌인다. 마틸다가 벌이는 소동들은 아이들 책에서 이래도 되나 싶은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대담한 악동성을 보인다. 이 책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알려진 로알드 달의 작품인데 그는 ‘가장 대담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 작가’로 알려져 있다. 


  나는 마틸다의 장난들을 보며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책을 읽는 아이들은 바로 그 부분에서 통쾌한 승리감을 느끼며  엄마, 아빠, 선생님에게 품었던 억울한 마음 털어내고 즐거워할 같는 생각이 들었다.  

  마틸다는 옛날 책이다. 도서관 구석 옛날 전집들 사이에서 찾았고 흑백의 삽화만 있는 긴 이야기를 스스로 몰입해서 읽어야 한다. 요새는 다양하고 예쁘고 즉각적인 감동을 주는 신간 도서들이 많지만 그 사이에서도 옛날 책 마틸다는 자꾸 나에게 말을 건다.      


  ‘마틸다 안돼! 그 장난은 너무 심한 거 아니니? 마틸다 너는 어떻게 책을 그렇게 잘 읽니? 마틸다 이 위기를 어떻게 해쳐나가지? 넌 어쩜 그런 생각을 하니! 대단해’      


며칠이 지나도 나는 마틸다와 계속 대화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 전에는 아이와 공연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상황이 나아지고 공연이 열리면 살아 노래하는 마틸다를 만나러 가야겠다. 아! 영특하고 짓궂은 나의 마틸다가 여기에도 있다. 나의 박솔방울. 나는 너의 하니 선생님이 되어 오늘도 서로 기대어 아름다운 하루를 지내자꾸나.        


-훌륭한 작가는 늘 독자가 그런 기분을 들게 만들지. 그리고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편안히 앉아서, 그 말들이 네 온몸을 촉촉이 적시게 내버려 두면 돼, 음악처럼 말이야.     
- 마틸다가 속삭였다. ‘내 생각에 저 애가 해낼 것 같아.’ 라벤더도 속삭이며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누가 생각했겠어? 저렇게 큰 케이크를 전부 먹을 수 있으리라고 말이야’... ‘교장 선생님도 생각 못 했겠지. 교장 선생님 얼굴 좀 봐. 점점 더 벌겋게 변하고 있어. 만약 저 애가 이긴다면 죽이려고 들 거야.’ 브루스는 이제 먹는 속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브루스는 결승선을 바로 눈앞에 두고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라톤 선수처럼, 끈질긴 인내심으로 초콜릿 케이크를 계속 입에 쑤셔 넣었다. 맨 마지막 한입이 사라지자 전교생은 어마어마한 함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전교생 모두 벌떡 일어서서 손뼉을 치고 함성을 질러 댔다. ‘잘했어, 브루스! 최고야! 너는 금메달을 땄어!’ 교장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커다란 얼굴은 녹아내리는  용암 색깔로 변했고, 두 눈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P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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