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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Sep 08. 2021

용감한 아이린_그림책 서평

엄마가 몰래 보는 아이 책#4. 아이린을 닮고 싶은 어른이가

   아이린의 엄마 바빈부인은 양재사이다. 오늘까지 배달해야 하는 공작부인 드레스를 겨우 완성하지만 몸이 좋지 . 아이린은 엄마가 정성을 다해 만든 드레스를 자신이 배달하겠다고 다.


 그곳은 멀고, 옷상자는 크 눈길을 헤치며 가야 하지만 아이린은 자신만만하다. 


 아픈 엄마를 침대에 눕히고 따뜻한 차를 내어 주이불을 덮어주며 나설 채비를 하는 아이린의 모습이 눈에는 신나 보인다. 아이린은 단단히 무장하고 밖으로 나선.



   밖은 정말 추웠다. 커다란 드레스 상자를

 눈보라를 헤치는 아이린에게 바람은 더욱 심하게 다. 커다란 옷상자만도 무거운데 눈바람은 참으로 호되다. 그러나 아이린은 중요한 심부름을 위해 입술을 꼭 깨문다.


바람은 아이린에게 "집으로 돌아가~~ 도올아가~" 라고 하며 결국에는 상자 뚜껑을 열고 소중한 드레스를 가져가 버린다.    

"아이린은 텅 빈 상자를 꼭 잡은 채 아름다운 드레스가 멀리 사라지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아이린은 결심했습니다. 빈상자라도 가져가서 모두 설명해야겠다고요.    


  드레스가 날아간 것이 바람 때문이라고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 이해해줄까? 모진 바람을 헤치며 나아가는 아이린은  발목까지 삐게 된다. 모두 바람 탓이다.


“조용히 해. 지금까지 충분하잖아. 넌 몽땅 망쳐놨어.”


 아이린은 대차게 외쳐보지만 바람은 그녀의 말을 삼켜버릴 뿐이다. 어둠이 오는 눈보라 속에서 길을 알려줄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없다. 모두 따뜻한 곳에서 편히 있을 것만 같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앞으로만 걸어야 한다.    



 "나같이 조그만 꼬마 아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 


  의문이 드는 순간 불빛을 발견한다.  공작부인의 저택이다. 그녀는 힘을 다해 발을 내딛지만 다시 눈 속에 파묻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린은 주저 없다. 사랑하는 엄마를 생각하며 마지막 힘을 다해 발버둥을 치며 눈을 헤치고 나온다.


  까지 어떻게 가야 할까? 아! 아이린은 빈 상자를 썰매 삼아 내리막 길을 내려간다. 도착점을 앞에 둔 아이린의 질주는 그렇게 신나 보일 수 없다. 비록 드레스는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택에 도착하자 세상에나 잃어버린 드레스는 바람에 날아와 저택 앞 나무에 걸려 있다. 아이린이 무거울까 봐 드레스가 먼저 와있었나 다. 아이린은 무도회 시작 전 무사히 드레스를 배달하고, 모두에게 용감한 아이린이 되어 그 시간을 즐긴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쉬운 것 하나 없었지만, 그녀는 해냈다. 용기 있게 나아가는 인생 앞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무엇이 아이린을 용감하게 만들었을까? 용감하지 못했던 어른이인 나는 아이린의 용기의 원천이 궁금하다.



  

  아이를 키우는 눈으로 보자니 막무가내 길을 떠나는 아이린은 무모해 보인다. 그 길을 혼자 보내는 엄마도 야속하다. 설레 마음으로 나온 세상은  춥고 험하고 마음 같지 않다. 몰아치는 바람에 소중한 드레스는 날아가고 다치고 눈 속에 파묻힌다.


  모습은 호기롭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나는 머뭇거렸고 또 머뭇거렸는데.

 거센 바람에게 소리라도 쳤던가?


 드레스를 잃어버리고도 포기하거나 피하지 않고 사실을 말하러 가야 한다는 아이린의 모습은 정말 용감해 보인다. 사회초년생의 나는 작은 부탁도  미루고 미루다 엄청난 용기를 내어 작은 목소리로 전했던 것 같은데.


   잃어버린 드레스는 힘든 길을 헤치고 온 아이린을 목적지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배달도 성공하고 무도회에서 모두에게 용감한 아이린으로 소개된다. 그녀의 용기는 이것을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




책을 덮기 전에 나에게 또 한 번 용기를 준 것은 작가가 60세에 동화작가로 뷔했다는 사실이다. 셋째를 임신하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지도 잡지도 못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소속도 없이 몇 달 동안 상담 사례 교육에 참여했었다. 집에만 있어 몇 년째 상담을 하지 않은 때라 굳이 먼곳까지 가서 교육을 받으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이유는 없었다.


  그때  발표자상담 사례 진행이 매우 인상 깊었고 그곳에 모인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지도해주시던 전문가 선생님은 발표자 분께 상담을 얼마나 하셨는지 물으셨다.  이 동화 작가의 나이처럼 나이가 한참 지긋해 보이시던 발표자 선생님은  사례가 처음으로 진행한 것이라 수줍게 말씀하셨다. 

  그때 내 나이 34살이었다. 그때서야  마음만 있다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우리끼리 우스개 말로 나이에 상관없이 고개를 끄덕일 힘이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 카운슬링이 아니던가.


   나도 아이린처럼 몰아치는 바람에 잠시 쉬더라도 멈춤없이 나아가고 나아간다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세찬 바람에 잃어버린 줄 알았던 드레스를 만나길 바란다.


  어둠이 내려오는 눈보라 속에서 도착할 곳의 불빛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용감한 아이린의 마음을 경험할 수 있기를...키우며 조금은 용감해진 어른이가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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