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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Oct 25. 2021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그림책 서평

엄마가 몰래보는 아이 책 #6. 그의 부드럽고 넓은 마음에 반하다

  강가에 사는 검피 아저씨에게는 배가 있다.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지 모르지만 사람이 참 좋아 보인다. 검피 아저씨가 배를 끌고 강으로 나오자 동네 꼬마들은 익숙한 듯이 아저씨에게 “우리도 따라가도 돼요?라고 묻는다.

  곧이어 온 토끼도 배를 태워 달라고 한다. 고양이도 나타나 자기도 타고 싶다고 한다. 검피 아저씨는 두 꼬마들에게 서로 싸우지 않는다면, 토끼에게는 깡충깡충 뛰지 않는다면 고양이에게는 토끼를 쫓아다니지 않는다면 배에 타도 된다고 한다. 그 뒤로 강아지, 돼지, 양과 닭, 송아지까지 차례로 검피 아저씨와 지켜야  것을 하나씩 약속을 하고 뱃놀이에 합류한다.  우리 집의 네 아이들이라면 어떤 약속을 하고 검피 아저씨의 배에 태워 달라고 했을까?


   

  검피 아저씨의 배 이렇게 많이 타면 과연 움직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많은 손님들을 태우고 뱃놀이를 시작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약속을 했던 꼬마 친구들은 싸우고 토끼는 깡총거리고 돼지는 배를 더럽히고, 송아지는 쿵쿵거리고 시끄럽게 굴더니 배는 기우뚱!!


  검피 아저씨와 친구들은 모두 물에 풍덩 빠지고 헤엄서 강기슭으로 올라온다. 책을 읽는 나는 당황스러운데 검피 아저씨는 화도 내지 않는다. 익숙한 듯이 다들 괜찮은지를 확인하고 차를 마실 시간이라며 다 같이 차를 마시러 다. 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티타임을 보내고 검피 아저씨는 손님들을 배웅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잘 가거라.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렴”


검피 아저씨는 속도 좋다. 아마 손님들을 태울 때부터 이미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배가 뒤집어지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는데도 책은 여유롭고 따뜻하고 너그럽다.  부드러운 색연필 선과 따뜻하고 연한 색 그림이 분위기를 북돋는다. 책을 읽으면 아침부터 복닥거리고 조급했던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화가 났던 마음은 허허 웃음소리가 들릴 듯한 검피 아저씨 보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문장들로 이어진다. 자칫 지루 해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마음 넓은 검피 아저씨의 한결같은 모습 덕분에 반복적인 내용은 오히려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이야기는 간단하고 따뜻하다.  어렵지 않아서 아직 한글을 모르는 6살 둘째와 3살 셋째가 재미있어하며 또 읽어 달라고 며칠째 잠자리에 책을 들고 왔다. 나는 검피 아저씨를 흉내 내며 배를 타려는 손님에게 말하듯이 "그래 그러렴. 대신 ~하면 안 된다.”라고 읽으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을  따라 하며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한동안은 우리 집 유행어 일 것 같아.


   하루를 마감하며 아이들과 잠자리에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책을 읽는 엄마는 배가 뒤집혀화도  내는 보살 같은 검피 아저씨를 보며 나의 하루는 어떠했나 돌아본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떤 약속을 하고 어떤 것을 지키지 않았는지 생각이나 할까? 아이들은 그냥 해맑게 웃으며 뒤집어진 배를 보며 까르르 웃는다. 


지켜야 하지만 '오늘은' 지키지 못했 약속들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몸에 자연스레 새겨지기를 바라본다. 나도 마음 좋은 검피 아저씨의 모습을 몸에 새겨 본다.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겠다.


존 버닝햄 그림/글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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