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서로부터 [feat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p18) 어머니는 음식을 많이 차리는 것을 싫어했다. 지나친 것을 싫어하는 성정과도 통하는 것이지만 음식을 많이 하거나 가짓수가 많으면 무슨 맛인 줄 모르겠다고 하며 음식을 남게 될까 지레 걱정하셨다.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 어머니의 이런 목소리를 나는 좋아한다. 맛있는 것을 굳이 따라다니거나 집착하지 않는 넉넉한 여유를 따르고 싶다.
(p115) 물건 값을 깍지 않았고 악착스레 더 달라고 하지도 않았던 부드럽고 우아했던 엄마. 얼마 되지 않는 거리로 시장을 보러 나갈 때도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입은 우리 엄마는 얼마나 예뻤던가
(p147) 남은 음식에 관한 문제를 음식점의 갈비구이가 아니라도 매일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게 그리 구차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 데우고 약간의 조리를 가하여 번듯한 식사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마음이 개운하다고 해야 하나?... 남은 음식을 거두어 먹을 때 떳떳하고 알뜰함에 스스로의 만족감이 분명히 있다.
(p157) 음식을 하며 세월이 간다. 음식을 기억하며 음식을 만들며, 그 음식을 먹으며, 생명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