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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Dec 29. 2022

싯다르타 2장 사문들과 함께 지내다

꽃들에게 희망을,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 심리학의 길.

  싯다르타 앞에는 오직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27p)


   스무 살의 나에게도 오직 한 목표가 있었다. 심리학을 공부하여 심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돌아보면 심리학이 무엇인지, 상담심리사나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되기를 갈망했다. 무작정의 마음으로 간절했다. 심리학부를 졸업하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취업에 성공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보며 그쯤에서 정신을 차릴 만도 한데, 나는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의 도전 끝에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그 길을 먼저 간 선배들은 이제라도 다시 생각해 보라며 한 마디씩 거들었고, 농담 반 진담 반 대학원 면접 예상 질문 이라며 ‘상담자가 되어도 보수가 크지 않고 오히려 수련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많은데 부모님의 지원은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그렇게 원하던 합격 통지서를 받고 들어간 대학원의 첫 수업에서 한 교수님은 나와 같은 마음으로 들어온 신입생들을 보며 위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 위로 가려하는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애벌레들 같다고 하셨다. 목표였던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해야 할 공부의 양과 상담 수련의 길을 멀고 먼 곳에 있었다.


   당시 이십 대 후반을 달려가던 나이, 나는 스스로 용돈 벌이는 챙기며 공부해야 했기에 시간과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직장인이 되어 씀씀이가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은 부담스러웠다. 그들이 직장인으로서 누리는 여유가 허위 적인 속세의 것이라 자위했고 보기에 예쁘고 풍요로워 보이는 물질들은 위선이고 거짓이라며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 진정한 것은 상담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길이고 내면을 타인의 마음을 돌보는 일만이 의미 있다고 믿으며 한눈팔지 않고 앞으로 갔다.


  이것이 그토록 원하던 상담자로의 길이었다.      



  2장 스스로 집을 나온 싯다르타는 속세를 벗어나 숲에서 사문들과의 생활하며 최소한의 것만 입고 먹으며 수행한다. 그는 자발적으로 고뇌를 감내하고 굶주리고 피로와 권태를 극복하며 자기 초탈의 길을 간다. 자처한 배고픔과 고통 속에 있는 싯다르타는 그 어떤 아름다움과 평범한 일상도 냉소와 멸시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세상은 거짓의 악취이고 쓴맛이며 인생은 극심한 고통이라 생각한다. 그의 목표는 소원. 꿈, 기쁨, 번뇌를, 자신 안의 모든 것을 비우고 평정을 얻고자 한다. 그것을 얻기 위해 자신을 고통으로 내몰며 수련한다.

    


 

 무엇이 나를 심리학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내몰았 을까? 그 열정은 나를 싯다르타처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가소롭게 여기고 냉소와 멸시의 눈으로 보게 했다. 그 열정이 타인에게 이해되지 못했기에 나는 때로 외로웠지만 그래도 포기되지 않았다. 저 길 끝에 무엇이 있을 것 같았다. 보수에 개의치 않고 소명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퇴근 후에도 남은 보고서 작업과 사비를 들여가며 개인 분석을 받아도 제자리걸음 같던 삶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연이은 출산과 양육으로 일을 못하는 공백의 시간이 찾아왔다. 삶이 멈춘 것 같았던 시간에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구나, 모든 직업이 쉽지 않지만 참 어려운 길을 택했구나. 좁은 길 밖의 세상이 그때에서야 보였다. 그 길 위에 있을 때 나는 특별하다, 나만이 할 수 있다, 내가 해야 한다 생각했다.


  길 위에 잠시 멈춘 휴식의 시간,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좁은 길을 입구에서 나에게 묻는다.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너는 같은 길을 선택할 것이냐고. 그렇다. 걸어 보았기에 별것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위를 향하는 애벌레들 같아도 그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기꺼이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그런 태생의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스스로 그 길을 걸어보지 않았으면 포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걸어온 길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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