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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책방 Sep 11. 2024

단순함이 복잡함을 만든다.

진화

과학자들은 지구에 약 1000만 종의 생물이 존재한다고 추정하며, 그 수가 많게는 3000만 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균류처럼 스스로를 복제하는 생물을 제외하면 약 500만에서 700만 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생물들은 각기 다른 유전 정보를 지니고, 고유한 모습과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단순한 과정의 반복"이 놀라운 복잡함을 만들어낸 것이다. 찰스 다윈이 발견한 것은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몇 가지 원리가 반복되면 이렇게 수많은 독특한 생명체들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윈이 진화를 처음으로 연구한 것은 아니다. 생물들이 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찾으려는 연구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중 가장 유력한 가설로 꼽히던 것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었다. 용불용설은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이는 우리가 자주 쓰는 근육이 커지고,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약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진화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라마르크는 기린이 높은 곳에 있는 풀을 뜯어먹기 위해 목을 길게 뻗으려는 노력을 했고, 그 결과로 목이 길어진 기린이 자식을 낳으면 긴 목을 가진 자식이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노력으로 얻어진 성질을 '획득형질'이라고 부른다. 요약하자면, 라마르크는 획득형질이 자식에게 전달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용불용설의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사람이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도 손가락이 없을까? 꼬리를 자른 쥐를 교배하면 꼬리가 없는 쥐가 태어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약 부모 세대의 노력이 그대로 자식 세대에 전달된다면, 그것은 부의 대물림보다도 심각한 불평등 사회를 초래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자녀가 천재성을, 메시의 아들이 뛰어난 축구 실력을 그대로 물려받는다고 상상해 보라. 다행히도, 용불용설은 진화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찰스 다윈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 중 하나로 꼽히는 <종의 기원>을 쓴 과학자다. 찰스 다윈은 의사인 아버지와 유명한 가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아버지는 다윈이 자신처럼 의사가 되기를 원해 그를 16세에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시켰다. 그러나 다윈은 의학보다는 곤충 채집과 자연사에 더 큰 흥미를 느꼈고, 결국 의학 공부를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이후 그는 신학을 공부하러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실은 자연사에 대한 관심을 넓히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케임브리지에서 다윈은 식물학 강의를 열심히 들었고, 그의 교수였던 존 스티븐 헨슬로우는 다윈의 열정을 눈여겨보며 그가 박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문을 지도했다.


다윈이 케임브리지를 졸업할 무렵, 비글호의 선장 로버트 피츠로이는 세계를 탐험하며 조사를 함께 할 박물학자를 찾고 있었다. 헨슬로우 교수의 추천을 받은 다윈은 항해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를 처음에 반대했다. 그러나 다윈의 삼촌이 아버지를 설득하면서 다윈은 결국 비글호에 승선하게 되었다. 이 항해는 그를 진화의 비밀을 밝혀내는 여정으로 이끌었다.


비글호에 오른 다윈은 영국을 출발해 남아메리카로 향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를 거쳐 에콰도르 서쪽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했다. 이 제도에서 다윈은 긴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채집하며, 그들의 특징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 섬의 환경은 조금씩 달랐다. 다윈은 특히 섬마다 핀치새의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핀치새는 부리가 작고 단단했으며, 다른 핀치새는 부리가 크고 넓적했다. 같은 종의 새임에도 불구하고 부리의 모양이 섬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본 다윈은 이 차이에 주목했다.


귀국 후 다윈은 이 차이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다. 비글호 항해 동안의 다양한 관찰과 수집한 표본을 분석하면서 그는 생물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변화해 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그는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설'을 통해 진화의 과정을 설명했다. 다윈의 발견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꾸준한 관찰과 연구가 만들어낸 결과였으며, 생명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자연선택설은 사실 매우 간단한 규칙에서 시작한다. "환경에 적합한 개체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개체는 죽는다."는 것이다. 이 적합성은 개체가 지닌 유전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특정 환경에서 생존과 생식에 유리한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고, 그렇지 않은 개체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마치 자연이 가장 적합한 개체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개념을 '자연선택'이라 부른다.


자연선택의 핵심은 두 가지, 바로 '생존'과 '생식'이다. 생존과 생식에 유리한 유전적 특성이 선택되어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생존하지 못하면 생식을 할 수 없고, 생식을 하지 못하면 유전자를 물려줄 수 없다. 중요한 점은 환경에 따라 어떤 특성이 생존과 생식에 유리한지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새가 왜 서로 다른 부리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새들은 원래 비슷한 모습이었다. 부리 크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핀치새들이 여러 섬으로 퍼져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섬들은 각기 다른 생태 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핀치새들이 먹이로 삼는 것들도 달라졌다. 어떤 섬에서는 과일이 풍부했고, 또 다른 섬에서는 선인장이 주된 먹이였다. 과일이 많은 섬에서는 넓고 강한 부리를 가진 핀치새가 더 유리했다. 좁은 부리를 가진 핀치새보다 넓은 부리를 가진 핀치새가 먹이를 더 쉽게 얻어 더 오래 살아남았고, 그 결과로 더 많은 자손을 남겼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넓은 부리를 가진 유전적 특성이 점점 더 널리 퍼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일이 풍부한 섬의 핀치새는 대부분 넓은 부리를 갖게 되었고, 처음 그 섬에 왔던 핀치새들과는 뚜렷이 다른 부리 모양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섬의 핀치새들은 각기 다른 먹이에 적합한 부리 형태를 가지도록 진화했다. 예를 들어, 선인장이 풍부한 섬의 핀치새들은 긴 부리가 필요한 환경에 적응하게 되었다.


자연선택설은 이렇게 개체의 유전적 특성이 환경에 따라 선택되고, 세대를 거듭하며 집단 내에서 더 널리 퍼져나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진화의 과정이다. 용불용설처럼 후천적인 노력이 아닌, 유전적 특성의 차이가 생존과 생식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고 이 특성이 후세에 더 많이 전달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원리에 기초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어 지금 우리가 보는 놀라운 생물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환경은 일종의 필터처럼 작용한다. 생존에 불리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개체들을 걸러내고, 적응력이 높은 개체들만 살아남게 한다.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는 더 많은 자손을 남기게 되고, 그들의 특성이 점차 집단 내에서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는 자연선택을 "적자생존"이라고 표현했다. 환경에 적응한 종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도태되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펜서는 자연선택을 생존 경쟁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진화에 대해 흔히 갖고 있는 오해를 바로잡아보자.


첫 번째 오해는, 진화는 한 세대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라는 생각이다. 자연선택설에 따르면 진화는 한 세대 만에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화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환경에 적합한 유전적 특성이 점진적으로 퍼지는 과정이다. 한 세대 동안 어떤 개체가 단순히 더 강해지거나 변화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만화 포켓몬스터의 진화는 과학에서 말하는 진화가 아니다. 진화는 수많은 세대에 걸쳐 생존과 번식에 가장 유리한 특성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뜻한다.


두 번째 오해는, 진화에는 특정한 목적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를 강해지고, 똑똑해지고, '더 나아지는' 과정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이는 진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낳는다. 진화에는 어떤 지향점이나 목적이 없다. 진화는 단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들의 여러 가지 방식일 뿐이며, '발전'이나 '향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환경에서는 작은 크기가 유리하고, 다른 환경에서는 독특한 색깔이나 모양이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 환경적 조건에 따라 특정한 특성이 선택되면서 마치 목적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진화 그 자체는 무작위적 변이와 자연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이 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이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여기서 '강함'이란 단순히 물리적 힘이나 지능을 뜻하지 않는다. '강함'은 특정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적응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연선택은 생존에 가장 적합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다음 세대로 유전적 특성을 물려주는 과정이다. 진화는 특정한 목표로 향하는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특성이 선택되고 유지되며, 그 결과 우리는 오늘날 다양한 생명체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생물은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태초의 생명체에서 만난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다수로 분지 되어 지금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생물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연선택이라는 간단한 메커니즘 덕분이다.


생물이 자손을 낳는 과정에서는 늘 약간의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이 돌연변이로 인해 같은 종 내에서도 유전적으로 차이가 생기고, 이러한 차이는 개체의 형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작은 차이들이 생존과 생식에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 환경에 더 잘 적응한 개체들이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그들이 가진 유전적 특성은 다음 세대로 갈수록 더욱 널리 퍼지게 된다.


이를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유전적 돌연변이 - 생존 경쟁 - 유전 - 유전적 돌연변이 - 생존 경쟁 - 유전"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한 과정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되면서 지금의 화려하고 복잡한 지구 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다윈의 위대함은 바로 이 점에 있다. 다른 생물학자들은 각기 다른 생물의 형질과 특징에 집중했지만, 다윈은 그 배후에 있는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다른 학자들은 복잡한 생명의 형태를 복잡한 방식으로 설명하려 했고, 각기 다른 동물의 모습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개별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다윈은 그것을 간결하게 설명했다. 모든 생물의 모습이 환경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다윈은 나뭇가지의 끝에 있는 개별 잎사귀에 주목하지 않고, 나무가 가지를 뻗어나가는 방식을 탐구했다.


이 단순한 통찰은 자연선택이 어떻게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제공했고, 그로 인해 다윈은 생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은 단순히 생물학적 진화의 법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원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며, 다양한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산업의 성장, 정치 구조의 변화, 사상의 발전 등 모든 변화의 이면에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숨어 있다. 환경에 잘 적응한 업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업종은 도태된다. 정치 역시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왕정에서 공화정으로의 변화는 국민의 선택이 일종의 자연선택으로 작용한 결과다. 사상의 발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적자생존은 모든 변화의 본질이다. 이를 사회적 관점에서 이해해 보자. 예를 들어, 산업 혁명 시대를 생각해 보자. 산업 혁명 당시, 증기 기관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고 활용할 수 있던 기업과 국가들은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반면,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과 산업은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한 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변화를 거부하거나 적응에 실패한 기업들은 빠르게 도태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은 단지 자연의 법칙만이 아니라, 산업과 경제의 법칙이기도 하다.


정치 구조의 변화 역시 자연선택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왕정에서 공화정으로의 변화는 정치적 자연선택의 한 예다. 프랑스혁명은 왕정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정치 구조로 여겨졌을 때 발생했다. 결국, 공화정이 정치적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의 확산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민주적 정치체제는 그 자체로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해 왔다. 독재와 억압이 국민의 요구를 무시할 때, 결국 그러한 정치 체제는 국민의 선택에 의해 도태되고, 더 나은 적응력을 가진 체제가 살아남는다.


사상의 발전도 적자생존의 메커니즘을 따른다. 인류의 역사에서 수많은 철학적, 사상적 흐름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시대와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사상은 살아남아 발전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예를 들어, 근대에 이르러 계몽주의는 인간의 이성, 과학, 자유를 강조하며 사회적 변화의 동력이 되었다. 반면, 이전에 지배적이던 절대왕정과 교회의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사상은 그 쓰임을 다하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던 20세기에도 각 사상은 자신이 적합한 환경 속에서 서로 경쟁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사상들이 각각의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했는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고 있다.


모든 변화의 과정은 적자생존의 원리를 따른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듯이, 변화와 발전은 필요에 의해 발생하고, 그 필요에 적응하는 것만이 살아남는다. 쓰임이 없거나 더 이상 지속할 이유가 없는 것은 결국 사라지게 마련이다. 적자생존은 생물의 진화뿐 아니라 자연의 질서와 사회의 변화를 꿰뚫는 통찰이다. 생명체가 그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했듯이, 인간 사회의 모든 구조와 체제, 사상과 이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


이렇게 보면, 다윈이 제시한 자연선택의 원리는 단순히 생물학적인 진화의 과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더 넓은 의미에서, 사회와 문명, 문화의 발전을 설명하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적자생존이라는 간단한 원리는 생명의 진화를 넘어 인간 사회와 역사, 문화의 변화와 발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변화에 저항하는 자는 결국 사라진다"는 말처럼 자연의 법칙은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진화론을 불신하는 몇몇 집단은 자연선택처럼 단순한 과정이 어떻게 수많은 생물의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은 단순한 메커니즘으로는 생명의 복잡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순한 원리가 복잡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영어를 생각해 보자. 영어의 알파벳은 총 26자에 불과하지만, 이 알파벳들이 조합되어 만들어낼 수 있는 단어의 수는 거의 무한하다. 더 나아가, 이 단어들이 조합되어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장과 의미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단순한 문자들의 조합이 이렇게 다양한 언어적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자연선택이라는 간단한 메커니즘도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프랙털 구조를 들 수 있다. 프랙털은 수학적으로 매우 단순한 규칙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그 결과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패턴을 형성한다. 단순한 공식의 반복으로도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구조물과 패턴이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자연선택의 단순한 반복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수많은 생물의 형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함이 복잡한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단순한 요소들이 반복적으로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시간에 따라 복잡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바로 그러한 단순한 원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사례다. 이러한 예들은 단순함이 얼마나 강력한 창조적 원리인지, 그리고 왜 그것이 진화론을 설명하는 데 충분한지를 보여준다.


진화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바로 '꾸준함'이다. 진화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극적인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변화는 매우 느리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보는 종의 분화도 마찬가지다. 한 종이 다른 종으로 나뉘는 경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도약은 결국 작은 유전적 돌연변이가 누적된 결과다. 수많은 세대에 걸쳐 작은 변이들이 축적되면서,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화가 일어난다.


꾸준함이야말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느낀다. 대부분의 값진 것들은 한 번의 노력이 아닌,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다. 단기간에 얻는 것들은 그만큼 가치가 적고,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 즉 꾸준함이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진화의 세계에서, 모든 생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미세한 변이를 반복적으로 축적하며 생존해 왔다. 이런 점진적 변화가 바로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생명의 역사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고 포기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작은 변화라도 꾸준히 쌓아 올리는 것이 결국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꾸준함은 우리를 현실의 벽을 넘어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주는 힘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시간을 관통하는 것은 순간의 연속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끊임없는 흐름"
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꾸준한 노력의 축적은 결국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낸다.


진화는 결코 성급하지 않다. 작은 변이가 반복되고, 축적되며, 시간이 흐르면서 종은 분화하고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한다. 이 과정은 수백만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 우리가 보는 놀라운 생물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우리가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도전과 목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급변을 기대하기보다는 매일 조금씩의 변화를 일구어가는 꾸준함을 실천할 때 비로소 우리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결국, 진화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다. 그것은 "끈기 있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라"는 메시지다. 우리 인생의 목표 또한 자연선택처럼 작은 변화를 꾸준히 쌓아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의 작은 발걸음이 결국 우리를 큰 성취로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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