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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Sep 19. 2021

김해 여행을 떠나다.

봉황동 유적지 고상 가옥을 담다.

 김해 여행을 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펜으로 담는 제안을 받은 뒤, 여러 고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접근은 김해의 '역사'였다. 김해 하면 금관가야의 수로 왕릉이 떠오르지만 그 외에 자세히 떠오르지 않았다. 문과가 아닌 이과로 진로가 정해지면서 국사 공부를 자연스레 놓게 되었고 대학교 시절 끝무렵 취업할 때 다들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하길래 나도 그래야 할 것만 같아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물론 그동안 한국사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반성도 조금 담겼다). 그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공기도 아닌 산소 마냥 실체가 잡히지 않았다.


 그 외에는 자세히 몰라 인터넷에 자문을 구하기로 하고 '김해 여행'을 검색해봤다. 최근에 유행하는 곳들이 많이 나왔지만 역사적인 부분을 찾아내려 했다.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진 않지만 막상 하게 되면 정보들을  나름 잘 찾는 편이다. 물론 인터넷에 다양한 정보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겠지만 든든하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방법은 큰 틀만 정해놓고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것이다. 사전에 많은 검색을 통해 지식을 꾹꾹 눌러 담아가는 것보다 무엇 무엇이 있다더라 정도 느낌만 알고 동선을 짜 본다. 이후 찾아가 보고 나서 그 명소에 얽힌 이야기나 정보들을 채운다. 물론 사전에 공부를 많이 해보고 가는 경우도 있다. 어느 방법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법이라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검색 끝에 찾아낸 곳은 고상 가옥이었고 김해로 떠나기 전에 사진을 보고 그림으로 담기 시작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여러 가지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여행 시 사전에 인터넷이나 지인으로부터 공유받은 사진을 보고 그린 뒤  실제로 가보는 경우, 또 하나는 반대로 현장에서 사진들을 찍고 돌아와서 그리는 경우다. 물론 현장에서 직접 앉거나 서서 보며 그릴 수 도 있지만 무더운 여름이었고, 머물 시간도 많지 않았기에 현장에서 직접 그리진 못했다.



 인터넷에서 알려준 여러 명소들 중에 유독 '고상 가옥'이 눈에 밟혔다. 평소에도 건축의 요소가 담긴 그림을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말 그대로 가옥이니깐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뒤에 알게 되었지만, 쌀 등의 곡류를 저장할 때 습기로부터 떨어져 보관하기 위해 땅으로부터 띄워져 있으며 주로 대외 교역을 위한 창고 시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땅에 붙어있지 않고 떨어져 있어 신기하게 느꼈는데 역시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틈나는 대로 그림을 조금씩 그려나가 일주일 내로 완성하고 7월 10일, 사장님과의 미팅을 위해 김해로 가는 날이 되었다. 약속시간보다 약 30분 정도 일찍 가서 김해 봉황동의 골목들을 구경하려 했다. 한 시간 반 넘게 차를 몰고 어느덧 김해 시내로 도착했다. 목적지까지 5분여 남은 상황이었고 가는 길에 차 왼편으로 낯이 익은 큰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이 들 찰나에 바로 '고상 가옥'임을 알게 되었다. 약속 장소와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기에 잠시 주차하고 그림을 들고 찾아 나섰다.


 직접 그린 그림과 실제 풍경을 한 번에 사진으로 담는 것은 나만의 인증 방법이자 그림의 마무리로서 꼭 거치는 단계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는 길에 찾게 되어 실제로 보러 간 상황이 참 재밌었다. 이런 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A, B, C를 여행 시 보고자 했던 것이라면 A, B를 찾아서 보다 우연히 C도 함께 보게 될 때의 느낌이랄까. 예를 드는 것이 이해가 더 빠를 듯하다.


 예전에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몽마르트르 언덕이 보고 싶어 찾아갔다. 대중교통으로 근처에 도착해 사쾨르 성당까지 많이 올라가야 했는데 도중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을 봤다. 알고 보니 파리에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찍는다는 '사랑해 벽'이 바로 옆에 있던 것이다. 혼자 다녔던 터라 사랑해 벽을 배경으로 나를 찍진 못했지만 그 벽 자체는 이쁘게 찍어뒀다. 그리고 '사랑해'라는 한글을 찾아 사진으로 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뜻하지 않은 발견에 반가움과 묘한 희열이 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길 바란다.





 고상 가옥을 보니 실제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며 포근한 느낌이었다. 그림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아담할 거라 생각했나 보다. 우직하게 그리고 덤덤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고상 가옥에서 왠지 모를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 지붕 위를 덮어주던 짚들이 풍파를 맞아 사라진 모습에 괜스레 안쓰러웠다. 김해시에서 빠르게 보수 작업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그림을 그리고 많이 봤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친한 느낌이었고 더욱 애착이 갔다. 다음에 왔을 때에는 예쁘게 보수작업을 해서 더욱 멋지고 힘 있는 고상 가옥을 봤으면 좋겠다.


김해 봉황동의 '고상 가옥'


김해 봉황동 유적지 '고상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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